서울의 지하가 넓어졌다.

땅속에는 하나의 완벽한 자족도시가 들어섰다.

식당 카페 등 먹거리는 물론 패션몰 복합영화관 초대형서점 게임센터 레포츠몰 디스코장 같은 볼거리 즐길거리도 갖췄다.

인공물만 있는게 아니다.

비록 상징적이지만 "숲도 있고 계곡도 있으며 호수도, 폭포도, 큰 바다"도 있다.

지난 16일 개관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은 그래서 "도심속의 자연"을 표방한다.

남쪽으로는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북쪽은 봉은사길까지 연면적 5만여평의 광활한 지하공간.

잠실 주경기장을 20개 정도 모아놓은 크기로 "일본까지 포함해 동양 최대"의 지하도시라고 코엑스몰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히 크기만해서는 별 의미가 없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시설 이용방법이나 도시를 움직이는 각종 소프트웨어도 미래형이라는게 코엑스몰의 특징이다.

단적인 예로 이곳에서는 한장의 카드만 있으면 교통카드로, 지불수단으로, 신분증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코엑스몰은 첨단과학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21세기 삶의 예시적 공간인지도 모른다.

코엑스몰은 공간의 크기에 비해 동선은 비교적 간단해 초행자들도 손쉽게 쇼핑과 관광을 즐길 수 있다.

주 출입구격인 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서 북쪽 출구인 아셈 플라자까지 메인도로만 따라가면 된다.

재미있는 것은 길의 이름.

코엑스몰은 "물의 일생"을 기본 테마로 했기 때문에 도로 이름을 순차적으로 (산)정상, 호수, 폭포, 계곡, 강변, 열대, 대양 등으로 붙였다.

대형 수족관을 코엑스몰의 끝인 대양 길(Ocean Walk)에 배치한 것은 산 꼭대기에서 흘러내리기 시작한 물이 대양을 만나 비로소 지친 몸을 쉬기 때문이다.

모든 길의 끝은 바다이고 물은 바다에서 일생을 마치므로.

코엑스몰에는 놓쳐서는 안될 몇가지 코스가 있다.

초대형 게임센터인 "게임챔프", 국내 최대의 복합상영관인 "메가박스", 터널형 수족관 "아쿠아리움" 등이 그것.

우선 게임챔프는 계곡길의 끝 부분에 있다.

세계 최대의 게임업체인 게임웍스가 참여해 1백여종의 게임기기를 갖춰 놓고 첨단 게임공간을 연출한다.

게임센터를 나와 열대길로 들어서면 16개 영화관에 4천3백여석을 갖춘 초대형 멀티플렉스인 메가박스를 만나게 된다.

국내에서 개봉되는 영화는 모두 이곳에서 볼 수 있다는게 코엑스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극장을 처음 찾는 사람은 대부분 "여기가 한국 맞아"라는 생각을 한번쯤 하게 될 것이다.

파란색을 주색으로 빨강, 노랑 등 원색을 곁들인 네온조명은 그야말로 휘황찬란하기 그지없다.

중앙광장에 위치한 대형 스크린에서는 쉴새없이 영화 예고편을 방영해 영화관람에 뜻을 두지 않았던 고객을 유혹한다.

바로 옆에는 최신기기를 갖춘 게임방 "메가웹스테이션"과 스타벅스매장이 배치돼 있다.

아마 기다리면서 지루함을 덜 느끼라는 배려일 것이다.

마지막 코스는 국내 최초의 터널형 수족관인 아쿠아리움.

수족관 입구에 들어서면 비행기 내부처럼 꾸민 안내 장소를 접하게 되고 곧 이어 "물의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15세기 잉카도시와 아마존 정글을 지나 쪽빛 지중해와 넓디넓은 태평양의 각종 어류를 둘러보노라면 바닷속을 거니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착각이 들 것이다.

70여마리의 상어떼와 3만여마리의 어류가 펼치는 모습은 한마디로 장관이다.

아쿠아리움을 끝으로 코엑스몰 관광은 일단락된다.

모든 시설이 국내 최대.최고수준이지만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코엑스측이 자랑하는 초대형 서점 "반디&루니스"와 1천5백평 규모에 4백여 의류업체가 입접하는 동대문형 패션센터 "다체"가 아직 완전히 들어서지 않았다.

또 안내센터가 부족한 것도 보완해야할 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