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조이 <선마이크로시스템스 공동창업자>

컴퓨터의 힘은 향후 30여년동안 수많은 요인에 의해 놀랄만큼 강력해질 것이다.

그러나 태동중인 디지털세계는 아직 원시적이다.

사람은 자신이 있는 곳과 시간을 모르면 적절하게 행동하기가 어렵다.

어린이들이 흔히 말하고,일어서고,조용히 해야 할때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오늘날 무선호출기나 휴대폰 등은 어린이들의 잘못된 행동처럼 사람들을 귀찮게 한다.

이런 전자제품은 주변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망이나 소형 전자제품들은 이미 사람의 공간과 시간개념을 변화시키고 있다.

일이나 쇼핑등을 위해 하루 24시간중 어떤 특별한 시간에,특별한 공간에 있어야 할 경우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휴대폰은 사람의 공간인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여행중 곤란한 상황에서 전화를 받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은 공간의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컴퓨터는 파일을 편집하고 디스켓 CD롬등에 저장된 정보를 이용,작업을 하는데 쓰였다.

그러나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컴퓨터는 통신수단으로 변했다.

내부작업이 아닌 외부작업이 주용도가 된 것이다.

e메일을 받을때 미처 응답도 하기전에 네트워크상에서 다른 정보를 볼 수 있게 만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자제품이 소형화되면서 단일칩에 전체 컴퓨팅시스템을 설치하고 이 칩을 여러 장치에 끼워넣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에따라 제품의 외형이 컴퓨터처럼 보이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제품들은 손잡이나 버튼 등을 쉽게 조작해 사용자들이 원하는 기능을 서비스받을 수 있다.

모든 형태의 미디어,심지어 상거래도 디지털화하고 있으며 "디지털"이란 매우 편리한 용기에서 정보를 얻어낸다.

음악을 듣기 위한 CD가 필요없고,비디오를 보기 위한 테이프도 필요없다.

그러나 디지털화를 통한 대량정보 획득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집은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을 보관하는 곳이다.

그런데 그 집에 물건이 별로 없다면 인간은 안정감을 잃게 된다.

디지털화가 사물의 무게를 "제로"에 가깝게 만들면서 인간을 "방랑적"으로 만든다.

다음 세대 기술발전의 최대 트렌드는 "광범위성"이다.

이는 인간의 통신능력에 놀랄만한 발전을 가져다준다.

전원이 있는 모든 것은 그 안에 소프트웨어를 갖춰 광범위한 컴퓨팅이 가능해질 것이다.

결국 다음 세대의 PC는 "개인적 통신수단"이 될 것이다.

휴대폰과 마찬가지로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고 언제든 인터넷과 접속도 가능하다.

물론 유선 네트워크에도 거대한 진보가 있을 것이다.

삶의 형태에 영향을 주는 또 하나의 추세는 네크워크 발달로 직접 대화가 점차 줄어든다는 것이다.

내부적으로 단순한 인터넷이 복잡한 공중전화시스템을 대체하게 된다.

이는 곧 "직접거래"라는 하나의 흐름을 형성,현실의 소매공간을 가상의 전자상거래가 차지해 매장과 손님사이의 물리적 장소를 제거한다.

이런 변화는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되고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무선망의 발달로 삶이 더욱 "방랑적"이 되면서 인간은 생활에서 구속감을 주는 시간과 공간을 제거할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반면 도처의 무선망은 인간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것이다.

사람들은 오늘날 유명인사들의 일상이 속속들이 노출되고 있듯이 자신의 모든 행동이 감시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신중한 설계없이 여러 장치에 소프트웨어나 네트워킹을 설치한다면 이런 위험은 커지게 된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 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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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공동창업자 빌 조이가 회사 홈페이지에 기고한 칼럼을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