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M 인력스카웃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LG정보통신간의 분쟁은 차세대 디지털전자 맹주자리를 놓고 벌어질 양사 명운을 건 대격전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삼성과 LG는 아날로그 시대엔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업체들에 밀려 3류업체로 남을 수 밖에 없었다.

출발이 30년이상 늦어 국산화하는 정도이거나 해외시장에서도 싼 값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90년대 초반부터 일기 시작한 전세계적인 디지털화 바람은 두 회사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두 회사는 80년대말부터 디지털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며 착실한 기반을 다져왔다.

이 결과 LG정보통신은 96년 2월 CDMA(부호분할다중접속)방식 디지털이동통신(SK텔레콤)에서 세계최초의 상용화를 이뤄내는 개가를 올렸다.

삼성도 곧바로 뒤따랐다.

삼성전자는 98년말 세계 처음 디지털TV세트를 양산,미국시장에 선보이며 선점 효과를 단단히 누리고 있다.

LG전자도 영국시장에서 디지털TV 점유율 1위에 올라 있다.

DVD(디지털 비디오디스크)도 이들은 지난해 1백만대 이상을 수출하는 등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오디오인 MP3등 정보가전 제품을 비롯 이동통신 단말기등에서 이들의 경쟁은 상상이상으로 치열하다.

LG가 이번에 삼성의 GSM인력을 스카웃하려고 한 것은 디지털 이동통신에서 공백으로 남아있던 부문을 육성하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이동통신은 한국이 표준기술로 삼은 CDMA방식과 TDMA(시분할다중접속-유럽은 이를 GSM으로 부른다)방식이 있다.

삼성과 LG는 한국의 국가표준인 CDMA방식 단말기 개발등에서 전력투구,세계 선두업체로 도약했다.

지난해 삼성은 4백50만대,LG는 3백만대의 단말기를 해외시장에 내보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삼성은 CDMA기술개발과 함께 휴대폰 시장의 55%정도인 해외시장을 겨냥,92년부터 GSM에도 투자하는 전략을 폈다.

반면 LG는 CDMA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차세대 동영상 이동전화인 IMT-2000의 등장은 LG의 전략 변화의 중대한 계기가 됐다.

당초 단일 표준화될 것으로 기대되던 IMT-2000의 세계표준이 GSM에 뿌리를 둔 W-CDMA방식과 CDMA의 연장인 CDMA-one이라는 두 방식으로 분리될 것이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W-CDMA는 세계 IMT-2000 단말기 시장의 70~80%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LG가 GSM기술을 빠른 시간내 확보하지 못할 경우 디지털이동통신 시장에서 큰 축을 포기하는 것과 같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LG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기업인 맥슨전자를 인수하려고 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여겨지고 있다.

맥슨이 GSM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양사는 내년부터 국내에서 고선명 디지털TV 상업 방송이 시작될 무렵이면 더욱 더 치열한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TV가 바로 디지털 제품의 대표제품이기 때문이다.

기술개발 경쟁은 물론이고 마케팅에서 양사는 사활을 건 싸움이 불가피하다.

국내 1위를 못하는 업체가 세계시장 1위에 오르기는 불가능해서다.

윤진식 기자 jsyoo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