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주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일부 종목은 담배 한갑 수준인 1천원대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17일 주식시장에서는 이런 현상이 극심해졌다.

은행, 종금, 증권주 등은 마치 약속이나 한듯이 급락세를 탔다.

금융주는 상승세를 보이던 종합주가지수를 끌어내리는 악역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금융업 지수는 전날보다 11.70% 떨어진 137.15로 마감됐다.

은행주는 상장된 20개 종목중 13개 종목이 내림세를 보였다.

한미은행은 하한가까지 내리꽂혔다.

증권주는 40개 상장종목 가운데 부국증권을 빼곤 모두 내림세를 보였다.

삼성, LG투자, 현대, 세종, 한빛 등 6개 증권주가 가격제한폭까지 추락했다.

외국인과 기관 등 ''큰 손''들이 무차별적으로 매도공세에 나선 탓이다.

증시전문가들은 지난 11월이후 하락터널에 빠진 금융주가 상승모멘텀을 찾으려면 금융권 구조조정이 조속히 완결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를 뒤집으면 구조조정이 선행되지않는 한 제값을 찾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란 얘기다.

<>얼마나 떨어졌나=금융업지수는 지난 연말에 비해 50% 이상 폭락한 상태다.

이날 종가기준으로 광주은행은 8백25원, 제주은행은 9백60원, 한빛은행은 1천2백원이다.

담배 한갑 수준으로 전락했다.

국민과 주택 등 우량은행주들도 전저점 밑으로 주가가 내려갔다.

삼성과 LG투자증권 등 증권업계 간판주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증권주 가운데는 액면가를 웃도는 종목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일부 분석가들은 금융주가 전저점보다 더 떨어지는 것으로 볼 때 금융주의 2차하락세에 접어들어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하락배경과 전망=금융권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특히 투신권 구조조정을 위한 공적자금 투입 논란이 정부와 정치권에서 불거지면서 시장의 신뢰를 급속히 잃어가고 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의 환란 조짐, 외평채 가산금리 급등 등이 금융주를 벼랑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일부 거시경제변화에 민감한 외국인과 기관들이 금융주를 털어내고 있는 게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이날도 큰손들이 매물을 많이 내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부가 금융권 구조조정의 단안을 신속히 내려야 한다"며 "투신권에 대한 공적 자금 투입일정과 은행합병 대책 등에서 혼선이 빚어지면서 금융주가 히스테리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철 SK증권 조사역은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규모를 애써 축소하고 업체간 자율조정이라는 형식으로 해결시기를 늦추는 이상 외국인의 매도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투신, 은행 등의 구조조정 일정을 서둘러 진행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강 조사역은 그러나 "올들어 주식시장이 악재에 대해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며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시장불안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남궁 덕 기자 nkdu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