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이동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올 여름부터는 1백조원이 넘는 단기자금이 움직일 겁니다"

금융권의 최대관심사인 은행 인수합병(M&A)과 관련, 요즘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김정태 주택은행장은 17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또 "외국의 경우도 규모와 성격이 같은 은행의 합병이 성공한 예가 없다"고 말해 항간에 떠돌던 국민은행과의 합병설을 사실상 부인했다.

-언제쯤 은행합병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는가.

"내년도 예금보장한도 축소를 앞두고 이미 우량은행으로의 자금이동은 시작됐다.

시장에서의 합병은 하루나 이틀이면 끝난다.

정부가 시장에 의한 자율합병을 주장하면서도 자꾸만 은행간 합병을 촉구하는 것은 혼란을 막기 위해 은행들이 미리 살길을 찾으라는 뜻이라고 본다.

문제는 현직 최고경영자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데 있다"

-정부가 우량은행과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합병을 선호한다고 하는데.

"정부에서도 이미 우량은행과 공적자금 투입은행간의 합병은 별 효과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

공적자금을 적게 쓰겠다는 한가지 측면에서만 생각한 것이지 현실성은 없다.

우량은행과 부실은행을 합칠 경우 우량은행의 이익으로 부실을 커버해야 하는데 불가능하다.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경우 BIS 비율이 높고 발표하는 경영실적이 괜찮지만 실제 잠재부실규모가 얼마만큼인지는 알수가 없다"

-접촉해본 은행이 있는가.

"아직까지는 합병과 관련해 은행장들간에 의견교환이 이뤄지지 않았다.

해외 투자자들이나 외국 금융전문가들은 대등한 은행끼리의 합병보다는 큰 은행과 작은 은행이 합치는게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외국인 주주들이다.

하나은행은 알리안츠, 한미은행은 BOA, 신한은행은 재일교포 주주들이 버티고 있어 이들을 움직이는게 관건이다"

박성완 기자 psw@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