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국 < 법무법인충정 대표변호사 jangyk@hmpj.com >

외제를 사용하면 애국자가 아닌 것으로 매도되던 시절이 있었다.

국산품을 애용하자!

빛 바랜 구호는 국산품에 문제가 있더라도 꼭 좀 써달라는 호소였다.

그 시절 우리의 힘으로 자동차를 만든다는 것은 먼 훗날의 꿈 같은 이야기였다.

각 가정에서 자동차를 소유한다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앞을 내다본 기업의 야망과 정부의 뒷받침으로 서민들도 자동차를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된 지도 꽤 되었다.

국산차를 애용하자!

그 구호는 지금도 유효한가?

외국유명 자동차 메이커들의 집요함은,금방이라도 날아갈 듯이 전시되어 있는 수입자동차 모터쇼에 총리와 장관까지 나와 수입차를 사주도록 쇼(show)를 하게 하는 성과를 거둔 듯 싶다.

1대만 팔아도 엄청난 이익을 낼 테니 수입차 판매는 장사 치고는 큰 장사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타고 다니는 차로써 인격의 높고 낮음이 측정되는,즉 차격이 인격인 나라가 아닌가(자기보다 높은 사람이 타는 차보다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면 눈치가 보이는 사회 분위기).

게다가 외제차 메이커의 성화로 이제는 외제차를 소유한다는 이유로 세무조사를 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하긴 외제차 소유 자체만을 이유로 세무조사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방법은 정도가 아닐 뿐만 아니라 보기에도 좋지 않다.

떳떳하게 번 돈으로 자기가 원하는 수입차를 사겠다는 것을 규제하겠다는 발상이 자본주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도처에 외제 물건이 넘쳐나는데 수입차에 대하여는 지금까지 모종의 규제를 가하여 온 이유는 무엇인가.

자동차 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컸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우리의 자동차산업은 우리가 만든 자동차를 수출하는 단계에 와 있다.

수출은 하면서 수입은 규제하겠다는 논리가 국제 무역시장에서 곱게 비칠 리가 없다.

국내 자동차 생산업체에 대한 과보호가 더 이상 용납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수입차는 밀물처럼 몰려 올 것이다.

국산차와 수입차 사이의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해졌다.

수입차를 타고 다닌다고 해서 우쭐댈 일도 아니지만,그렇다고 수입차 타는 사람을 이유없이 비난하거나 부러워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수입차가 무슨 사치나 허영의 상징일 수 없듯이 수입차가 일부 졸부들의 과시욕을 충족시키는 제물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모터쇼를 보면서,자유무역주의 시장경제하에서는 수입차의 사용 자체는 더 이상 화제에 오를 필요가 없는 "일상의 일"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다만 김치처럼,국산차가 수입차를 발붙이기 어렵게 할 정도로 값과 질의 면에서 모두 경쟁 우위를 갖추어 줄 것을 내심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