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향 상임지휘 맡는 ''마르크 에름레르'' >

"평소 한국에서 지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서울시향을 맡으면 내가 원하는 레파토리를 중심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끌 수 있을 것 같아 상임지휘직을 수락했습니다"

서울시향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마르크 에름레르(러시아 볼쇼이극장 음악감독.68)가 첫 연주회의 지휘봉을 잡기 위해 최근 내한했다.

오는 11,12일 연주회(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습때문에 기자회견장에 늦게 도착했지만 백발의 마에스트로에게서 풍기는 열정은 좌중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그는 "앞으로 서유럽 음악을 많이 연주하겠지만 내가 커온 음악적 토양인 러시아의 음악을 지휘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인삿말을 대신했다.

서울시향에 대한 첫 느낌을 묻는 질문에는 생각보다 훨씬 수준높은 오케스트라라고 답했다.

"단원들이 모두 한국인이어서 한번 더 놀랐습니다.

사실 다른 나라 오케스트라에는 러시아출신을 비롯해 외국인 연주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서울시향은 한국인 연주자로만 이뤄져 있어 한국 음악계의 수준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또 서울시향이 특별히 한국적인 색채감을 갖고 있지 않고 유럽적인 음색을 내고 있어 지휘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전한다.

에름레르는 "대부분의 오케스트라들이 스타일과 악풍이 다르지만 연습에 들어가면 머지않아 호흡이 맞게 된다"며 "한국에서도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에름레르는 레닌그라드음악원에 재학중이던 1952년,20살의 나이로 레닌그라드 필하모닉을 지휘해 화제를 모았다.

그 뒤 볼쇼이극장의 오페라단 발레단 교향악단 등과 함께 2천여회에 이르는 공연을 지휘해왔다.

최근에는 8년동안 영국 로얄오페라하우스와 손잡고 차이코프스키의 발레작품,프로코피예프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을 녹음하는 등 서유럽에서도 활동폭을 넓혀오고 있다.

지난 96-97 시즌에는 드미트리 키타옌코(KBS교향악단 상임지휘자)의 두번째 후임으로 모스크바 필하모니아의 상임을 맡았다.

그는 "개인적으로 키타옌코와 친분이 두텁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두 교향악단의 상임이 러시아출신이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유머러스하게 답했다.

첫 콘서트에서는 차이코프스키 "교향곡5번"을 주테마로 베버 "오베론"서곡,시벨리우스 "바이올린협주곡"(11일),무소르그스키 "모스크바강의 여명",프로코피예프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적 협주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02)399-1630

< 장규호 기자 seinit@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