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증권 보험 등 국내 금융회사들의 주가는 작년 7월 대우 그룹의 유동성 악화 이후 하락 일변도의 흐름을 지속해 왔다.

특히 작년말부터 주식시장에서 각광받은 첨단 기술주의 대체제로 인식되면서 수급이 악화돼 하락 폭이 더욱 컸다.

최근에는 투신사의 불안으로 금융업종의 상승에 제약이 가해지는 모습이다.

미국 증시에서도 작년 하반기부터 나스닥의 급등으로 금융업종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양상이 지속되어 왔다.

하지만 금년 3월부터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미국 경기의 지속적인 성장과 증시 활황으로 1.4분기 금융회사들의 실적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스닥 지수도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수급이 개선돼 금융업종 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최근들어선 미국의 금융업종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큰 폭의 상승에 따른 조정 국면에 진입한데다 나스닥의 반등에 따른 수급 악화로 해석된다.

일반적으로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와 동조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금융업종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미국 금융회사들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니고 국제 금융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금융회사들은 국내 시장에서 외국사의 진입에 대비한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구조조정을 계획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규모로 보나 경쟁력으로 보나 두 나라 금융회사들의 기업가치는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적어도 금융업종에서 주가의 동조화를 기대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다만 우량 은행들은 외국인 지분율과 거래비중이 높기 때문에 미국의 은행과 어느 정도는 동조화될 가능성이 있다.

우량은행들은 부실채권에 따른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실물경제의 호전으로 이익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펀더멘털 측면에서 미국의 은행과 비슷한 면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시티그룹의 주가는 3월초 저점대비 20% 오른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웰즈 파고와 멜론뱅크도 각각 23%, 18% 상승했다.

이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7~19배에서 형성되고 있다.

시티은행의 2000년 1.4분기 주당순이익(EPS)은 1.04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51% 증가했으며 대부분의 은행들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대부분의 미국 애널리스트들은 은행들의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점에서 동의하고 있으며 주가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일부분이나마 동조화가 가능한 국내 우량은행의 주가 흐름에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국내 은행들도 1.4분기 실적이 양호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국내 은행의 주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펀더멘털보다 금융 구조조정의 흐름과 불안한 자금시장으로부터의 영향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미국 은행들과 동조화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미국 증권사들은 하이테크놀로지 주식에 대한 과도한 엑스포저(미국 증권사들은 대부분 투자은행에 가깝다), 주식시장의 하락세 반전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감으로 조정을 받고 있다.

온라인 증권사의 하락률은 오프라인 중심의 대형 증권사보다 상대적으로 더 컸다.

3월말 고점대비 하락률은 찰스슈왑 35%, 이 트레이드 38%, 아메리트레이드 42% 등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들의 PER는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딘위터 등의 경우 14~17배, 찰스 슈왑의 경우 52배까지 달해 국내사와 직접 비교가 힘들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금융회사들이 미국 시장과 동조화하는 것으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

우량은행의 경우 미국의 은행업종과 어느 정도 비슷하게 움직일 가능성도 있으나 그 정도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 국내 금융업종 주가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은 구조조정의 흐름과 자금시장의 동향이다.

구경회 < 메리츠증권 리서치팀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