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2주전 마이크로소프트(MS)를 2개로 분할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나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프로그램 개발을 금지시켰더라면 우리는 윈도운영체계(OS)도 만들어낼 수 없었을 것이라는 말로 응답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의 이러한 공생적 특징은 업계 외부에서 볼 때는 명확하게 이해가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이는 매우 편리하고 유용하다.

윈도와 오피스 이 두가지는 서로의 장점과 독특한 기술을 주고 받으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의 시너지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당국은 간과해서는 안된다.

하나의 지붕(마이크로소프트) 아래서 운영체계와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은 향후 몇년안에 나타날 새로운 정보장치의 등장을 앞당기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최근 개발되고 있는 태블릿(메모장)PC를 예로 들어보자.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노트를 가지고 회의장에 가서 메모를 한 다음 회의가 끝난 후 다시 PC에 옮겨 적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태블릿PC는 이런 번거로움을 없애 현장에서 바로 PC나 다른 저장장치에 기록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정부의 분할계획안에 따르면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태블릿PC의 개발은 이루어질 수 없다.

회사가 둘로 쪼개진다면 우리의 운영체계와 응용프로그램 개발진들이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운영체계와 응용프로그램간 리얼타임 협력이 이뤄지지 않으면 시간과 정력의 낭비를 막으면서 효율적인 업무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태블릿 PC는 만들어질 수 없다.

이러한 운영체계와 응용프로그램의 개발은 IBM이나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에서처럼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다.

요컨대 운영체계와 응용프로그램간의 "실시간 협력"은 소프트웨어 개발의 초석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포드자동차의 토러스모델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자동차중 하나라는 이유만으로 토러스의 혁신적 장비를 포드내 다른 부문과 공조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해야 하는가.

또 아메리카온라인(AOL)이 자회사인 넷스케이프가 개발한 기술을 공유하는 것을 정부는 막아야 하는가.

소비자들의 이익이 무엇보다 최우선적으로 고려된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백히 "노( No )"일 것이다.

윈도는 한때 윈도개발팀의 일원이면서 때때로 오피스 기술혁신팀에서도 일을 했던 기술개발자들의 창의적이고 소비자 친화적인 기술공유가 없었더라면 결코 오늘날과 같은 대중적인 명성을 획득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91년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의 소프트웨어 개발진이 선보인 툴바(도구모음)개념은 곧바로 윈도 개발팀이 응용,현재 모든 윈도 사용자들이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만약 툴바가 오피스 개발진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 의해 개발되었다면 틀림없이 그들은 특허출원을 하고 윈도운영체계에 도입되는 경우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 법무부 안이 그대로 MS에 적용될 경우 더 이상 윈도와 오피스의 추가발전을 기대하기 힘들게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전세계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러브바이러스에 컴퓨터사용자들이 적절히 대응하는 것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정부의 분할안에 대해 법원에 항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법원이 더 나은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기업의 의욕을 북돋워주는 조치를 취해주기를 기대한다.

정리=김재창 기자 charm@k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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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