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12월 중소기업 관계자들의 기대속에 문을 연 서울 목동의 행복한세상 백화점.

최근 가전매장을 새로 만들어 국내외 유명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다.

올 가을에는 백화점 매장구성을 전면 개편해 명품의류 구두 화장품 완구코너등을 새로 들이기로 했다.

개점 6개월도 안돼 "노선"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행복한세상은 처음 문을 열 때부터 유통업계와 소비자들로부터 관심을 모은 "실험무대"였다.

정부가 1백% 출자해 만든 특이한 소유구조의 백화점이라는 점,일반 백화점과는 달리 중소기업 우수제품만을 판다는 점 등에서 그랬다.

운영주체인 (주)중소기업유통센터는 "중소기업진흥 및 제품구매촉진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행복한세상의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어느 정도는 예고된 것이기도 했다.

초기부터 "중소기업제품 판로확대를 위한 전문백화점"이란 명분과 "중산층 소비자들의 쇼핑공간인 백화점"이란 현실사이에서 논란도 많았다.

중산층 소비자들에 맞춰 일반 백화점처럼 상품구색을 갖추고 중기제품을 함께 판매하자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결국 "중소기업 지원"이란 명분에 밀려 1천4백억원을 들인 최고급 매장에 유명 브랜드 제품이나 외국산 가전 화장품 구두 완구점 등은 들어오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국내 유명 브랜드 중소기업은 장사가 안될 것이라며 아예 행복한세상을 외면하는 일조차 벌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들로부터 볼거리도,살거리도 적다는 불평이 잇따랐다.

매출이 늘기는 커녕 올들어 계속 감소,비슷한 규모의 일반 백화점에 비해 30~40%선에 머물고 있다.

더 버티기 어려웠던 운영주체는 일반 백화점으로의 변신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행복한세상 관계자는 "중기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편견이 쌓은 벽을 넘는데는 역부족이었다"고 실토했다.

아무리 정부가 앞장서 선진 외국과 같은 "중소기업 명품"을 키워내려 해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한국에선 아예 중소기업이 클 생각을 포기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말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이게 과연 소비자들만 탓할 일일까.

소비자들이 왜 중소기업제품을 외면하는지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이 없었다는 얘기인가.

만약 있었다면 소비자들이 행복한세상의 "싸고 좋은 제품"을 제발로 찾아오도록 만드는 운영주체측의 노력이 부족했던 건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볼 일이 아닐까.

행복한세상의 실험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결과적으로 정부가 1천4백억원의 거액을 쏟아부어 "백화점사업"을 벌이게 되고 만 것은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최인한 유통부 기자 janus@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