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상과는 달리 3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 실무접촉에서 합의서가 채택되지 못했다.

정부는 절차와 의제 문제 등과 관련, 상당한 합의를 도출했기 때문에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이르면 8일 4차접촉에서 합의문이 채택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음주 중반 이후 경호, 통신, 의전 등 부문별 실무접촉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합의문 발표 시기와 의제 등에 대한 양측의 견해차가 커 협상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4차접촉이 정상회담 실무협상의 진전을 결정하는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 실무협의 진행 상황 =우리 정부는 이날 남북 양측이 각각 작성한 합의문 초안을 놓고 문구 조정작업을 벌였으나 일부 조항에서 이견을 보였다고 밝혔다.

북측에서 근본적인 이념적 문제를 들고 나와 합의가 지연된 것이 아니며 순수하게 표현 등 실무적 문제 때문에 합의서 채택이 늦어졌다는게 정부측 설명이다.

양측은 지금까지 협상을 통해 오는 6월 평양에서 2회 이상 단독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수행원을 1백30명, 취재 기자단을 80명 선으로 한다는데 대체적인 의견을 모았다.

또 신변 보장, 선발대 파견, 편의 보장, 왕래 절차, 회담장 시설 등 세부사항에 대해서도 상당부분 의견 일치를 봤다.

의제 문제와 관련, "7.4 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조국통일 3대원칙에 따라 민족의 화해와 단합, 교류와 협력,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는 문제 등을 다룬다"는 형태의 원칙적인 문구를 합의문에 포함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위성방송 관련 장비 등 통신 문제와 의제와 관련된 문구를 놓고 양측은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남측은 우선 합의서를 채택한 후 부문별 실무접촉을 갖자는 입장이지만 북측은 실무접촉까지 마친 후 합의서를 발표하자고 맞섰다.

일단 이날 회담에서는 빠른 시일안에 부문별 실무접촉을 갖자는 선에서 절충점을 찾았다.

<> 협상 전망 =막판에 정상회담 실무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은 남북한의 가장 큰 관심사인 의제를 구체적으로 협의하기에 앞서 양측이 힘겨루기를 벌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측은 협상 진전이 남측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말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였고 우리측도 "4차접촉이 합의서 도출의 고비"라고 말하는 등 긴장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남북한 모두는 실무 절차 문제가 정상회담의 진전을 가로막는 만큼 중대한 사안이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합의문 작성이 지연되는 등 다소 난항을 겪을 수는 있지만 실무협의는 계속 성과를 낼 것이라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회담 관계자들은 의제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남측은 <>경제협력 <>이산가족 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당국자간 대화채널 마련 등 "베를린 선언" 4대 과제를 정상회담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측은 아직까지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측이 "근본 문제"로 생각하고 있는 연방제 통일방안과 주한미군 철수, 외세개입 배제, 국가보안법 철폐 등을 들고 나오면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국내 정치문제에 관한 부분들은 우리의 입장을 확고히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입장이 이처럼 팽팽한 만큼 준비접촉에서는 각 의제별로 제목만 설정하는 선에서 협상을 끝내고 남북 정상이 6월 직접 만나 구체적인 문제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측이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적 실익을 찾으려 하기 때문에 "베를린 선언"을 무작정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양측은 경제협력및 인도적 지원, 이산가족 등 시급한 현안을 협의하기 위해 정상회담 준비접촉과는 별도의 차관급 실무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화동.김남국 기자 fireboy@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