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별도의 경상수지 방어대책을 마련하지 않기로 한 것은 올해 흑자가 당초 목표보다 줄기는 해도 80억달러 이상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물가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리 경제가 여전히 견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무역흑자폭이 급속도로 줄고 있는 상황이어서 내년 이후에도 경상수지가 흑자기조를 유지할 것인가에 회의를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마저 썰물처럼 빠져 나갈 경우 금융시장에 적잖은 혼란이 우려된다.

멕시코처럼 다시 외환위기를 되풀이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요즘 한국 경제를 보는 정부의 시각이 너무 안이한게 아니냐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경상수지 이상조짐은 이미 여기저기서 엿보인다.

지난 3월중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무역흑자 감소와 서비스 수지 적자규모 확대 등으로 IMF 관리체제 이후 가장 적은 1억8천만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월평균 20억8천만달러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무역수지는 1월 4억달러 적자에서 2월 7억달러, 3월 2억달러, 4월 2억달러 흑자로 겨우 적자를 면하고 있다.

수출이 1~4월중 작년 같은기간보다 26.9% 증가하는 등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입은 무려 50.6% 늘었다.

우리 경제가 수출이 늘수록 수입도 덩달아 증가하는 수입유발형 취약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정경제부는 이같은 추세에 대해 별 문제가 없으며 특별히 정책 운용기조를 바꿀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권오규 경제정책국장은 "수출입규모가 3천억달러에 이른 상황에서 경상수지 흑자목표가 1백20억달러에서 80억달러로 줄어도 큰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외국과의 경상거래에서 흑자를 내고 물가가 안정적인 한 성장률이 7~7.5%로 올라가도 경기속도 조절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재경부는 이런 맥락에서 하반기에도 거시경제 운용을 "저금리-저물가" 체제 유지에 둘 계획이다.

재경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저금리 기조가 흔들려 기업.금융구조조정에 차질을 빚고 실업이 늘어나는 등 경제 선순환 구조가 깨지는 사태다.

재경부가 이처럼 경제운용에 자신하고 있는 배경은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데서 비롯된다.

소비자물가는 올들어 1~4월중 0.4% 상승에 그치는 등 연간으로 2.5%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헌재 장관이 "우리 경제에 미국식 신경제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언급한 것도 저금리-저물가 정책이 상당기간 유지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재경부는 적정 금리를 연 8%(3년만기 국고채기준)대로 보고 있다.

이에대해 국제금융기구나 한국은행 등은 성장속도를 적절히 조절해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물가도 안정시키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입장이다.

성장률을 높여 잡을 경우 수요가 증가, 물가가 위협받고 수입이 늘어 국제수지도 나빠질수 있기 때문이다.

ADB(아시아개발은행)는 정부에 총수요를 줄일수 있는 긴축정책을 권고했으며 미 금융그룹인 JP모건도 한국이 단기금리를 연내 0.75%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도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이유로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줄어드는데도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으로 원화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될 경우 경상수지 악화가 예상된다"며 "성장률을 억제하는 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현철 기자 hckang@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