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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감시대] (50) 제1부 : 1997년 가을 <4> 정열의 사나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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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홍상화

    잠시 후 백인홍과 권혁배 두 사람은 일식당을 나와 호텔현관 앞에서 차를 기다렸다.

    권혁배 차가 먼저 왔다.

    권혁배가 차에 오르려다 말고 백인홍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백 사장, 지금 어디 가려는 거야? 약속이 없으면 어디 가서 간단히 칵테일이라도 한 잔 더하지"

    "아니,갈 데가 있어.당장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진성구를 만나 알아봐야겠어"

    백인홍이 그 말을 남기고 뒤쪽 차로 얼른 갔다.

    권혁배가 뭐라고 말하려다 말고 차에 올라탔다.

    반포대로 위를 달리는 차안에서 백인홍은 전성구 집으로 전화를 했다.

    진성구가 늦은 시간이지만 동숭동에 있는 소극장에서 뮤지컬 <박정희의 죽음>의 연습 때문에 그곳에 가 있다는 말을 부인으로부터 들었다.

    백인홍은 기사에게 동숭동 쪽으로 차를 돌리라고 했다.

    40분쯤 후 백인홍은 동숭동에 있는 소극장 근처에서 차를 내렸다.

    극장건물 안 로비로 들어섰다.

    "진성구씨가 어디에 계시나요?"

    "안에서 연습중이에요"

    객석으로 통하는 문을 가리키며 그가 말했다.

    백인홍의 문을 살며시 열고 들어갔다.

    뒤쪽에 브리지가 설치되어 있는 무대 위는 텅 비어 있고 객석 맨 앞줄 중간 좌석에만 불이 켜져 있었다.

    그곳에 시선을 보냈다.

    한 여자가 일어서 무언가 손에 들고 큰소리로 외쳤다.

    "이번에는 박정희가 문경공립 보통학교 교사 시절부터 일본 육사생도 시절까지의 재현을 쉬지 않고 하겠어요"

    그녀가 뮤지컬 <박정희의 죽음>의 연출을 맡고 있는 진성구의 여동생 진미숙임을 백인홍은 알아챘다.

    자신의 눈이 어둠에 다소 익숙해지자 객석 안을 훑어보았다.

    오른쪽 객석 중간쯤에 손으로 턱을 고이고 앉아 있는 남자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자가 진성구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가 진성구 쪽으로 발을 옮기는 순간 무대가 환해졌다.

    그는 머뭇거리다 객석 자리에 앉았다.

    막 시작된 연습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연습이 막 시작되었는데 진성구를 끌어내기도 뭐하고 혹시나 김명희의 연기를 볼 수 있을까 하는 희망도 섞여 있었다.

    그때 검은색 타이트 무용복에 검은색 하이힐을 신은 여자를 필두로 세일러복을 입은 여학생의 무리가 무대로 나왔다.

    뒤따라 국민복을 입은 보통학교 교사 시절의 박정희가 무대로 나왔다.

    검은색 타이트 무용복을 입은 여자가 멀리서 보아도 이혜정임을 알 수 있었다.

    이혜정이 나폴레옹식 모자를 들고 있다가 박정희의 머리에 씌우고난 후 여학생들과 깔깔거리고 웃는다.

    박정희가 갑자기 엄숙해지면서 나폴레옹처럼 왼팔로 뒷짐을 지고 오른손을 국민복 상의 중간에 찔러넣은 후 어깨를 뒤로 젖히고 배를 내밀면서 노래를 하면서 걸어가자,그를 따르는 여학생들이 나폴레옹 휘하의 군인처럼 행진을 하며 합창한다.

    나폴레옹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위인/그는 전유럽을 무대로 하는/가장 위대한 배우/어느 곳에서 어떤 행동을 하고/누구 앞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정확히 알고 있었네,세상 어느 배우보다 훌륭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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