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지난 1-2월 8천3백억원의 현대투신 증자때 대주주인 현대전자와 현대증권이 이미 5천여억원을 투입했는데도 정부가 추가 증자와 대주주 사재출연 등을 포괄하는 자구노력을 거듭 촉구하고 있는데 대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구조조정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현투가 사기업인 만큼 한투와 대투와 같은 공적 자금 투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현투의 법인 대주주인 전자와 증권의 추가 증자 참여가 쉽지 않다"고 난색을 표명했다.

전자와 증권의 소액주주에게도 피해가 따른다는 것이다.

현대는 특히 그룹 총수의 사재출연에 대해서는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현투가 어려워진데는 과거 국민투신과 한남투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99년 12.12 증시부양책과 대우채손실 등 정부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따르는 외부 요인이 있다"고 강조했다.

경영부실 책임이 전적으로 해당기업과 총수에 있었던 삼성자동차와는 경우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정주영 명예회장이나 정몽헌 회장이 현투의 개인대주주가 아니며 지난해 현대 계열사 증자에 참여, 자금력이 상당히 소진돼 있는데다 계열사 그룹분리 등 구조조정에 따른 지분정리도 한창 진행중인 상황이라며 사채출연이 현실적으로 불합리한 것임을 강조했다.

또다른 한 관계자는 "정 명예회장이나 정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전자와 증권의 지분을 현투에 넘겨 주는 방식으로 출연한다고 해도 이들 회사의 소액투자자들이 가만 있겠느냐"고 설명했다.

현대는 여론을 등에 업은 정부의 압박에 구체적인 성의를 보이고싶어도 선택할 수 있는 현행 법과 제도 안에서 내놓을 수 있는 구체적인 카드가 아주 제한돼 있다고 하소연한다.

우선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은 현대투신에서 밝힌 1조2천억원의 후순위채권 발행과 관련, 기관투자가 매각분 6천억원중 일부를 계열사가 인수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관련법상 인수물량이 제한돼 있는 것이 문제다.

이에 따라 일정부분을 그룹 총수가 사재를 들여 인수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일반여론은 현대 오너들이 마음만 먹으면 사재출연이 얼마든지 가능한 것처럼 인식하고 있지만 설사 하고 싶어도 못하는 제한요인들이 많다고 현대측은 주장한다.

이를테면 계열사 보유지분을 매각해서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생각할수 있지만 즉시 해당 기업의 주가에 치명타를 미칠 것이 뻔하고 특히 현재 증시상황을 놓고 볼 때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현대측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정부압력과 여론압박이 계속될 경우 현대가 비상장주식을 중심으로 현투에 출연하거나 담보물로 제공하는 형태로 절충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대는 일단 장기저리 융자 지원으로 당장 급한 증권시장 안정문제를 풀어가되 추가대책은 현재 실사가 진행중인 대우채권 부실규모가 확정되는 것에 맞춰 강구해 나간다는 원칙을 금감위 등과 협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 주목된다.

문희수 기자 mhs@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