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은 더 내고 기름값은 올리지마라"

정부가 앞뒤가 맞지않는 석유가격정책을 펴는 바람에 정유사들이 영업에 큰 타격을 받고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21일 휘발유 경유 등 석유제품에 대한 탄력세율을 5월부터 인상,원상회복시킨다고 발표하면서 소비자가격은 종전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금인상분 만큼을 정유사들이 떠안고 최종가격은 올리지 말라는 얘기다.

이처럼 정부가 일방적으로 석유가격방침을 밝히자 곧 5월분 석유제품가격을 조정해야 하는 정유사들은 방향을 정하지 못한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97년1월부터 석유제품가격고시제를 폐지,휘발유 경유 등유 등 석유류의 가격은 민간 정유회사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국제유가의 변동을 소비자가격에 반영해 시장원리에 따라 유류소비가 조절되도록 한다는 에너지기본정책을 세우고 자율결정을 강조해왔다.

지난1월에는 산업자원부 장관주재로 정유회사 사장단회의를 소집,자율적으로 판매가격을 정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11월에는 연말물가관리를 명목으로 12월분 석유류가격을 인하토록 정유회사들을 종용하는등 에너지가격정책이 자율과 정부통제를 넘나들고 있다.

선거를 앞둔 3월과 4월에는 세금을 깎아주다가 선거가 끝나자마자 세금을 원상회복시킴으로써 정치논리에 좌우되고 있다는 비난도 듣고 있다.

물가안정과 선거등 명분이 생길때마다 시장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가 세금은 올리면서 휘발유 가격을 인상하지 못하도록 종용함으로써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싼값에 휘발유를 쓸수 있는 이점이 있다.

정부도 세수를 늘려 재정을 넉넉하게 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세금인상분을 부담해야하는 정유회사들의 수지에는 큰 타격이다.

휘발유의 경우 교통세 등 관련 세금 인상분은 리터당 36원.4월중 원유도입단가가 배럴당 26.2달러수준에서 23.4달러로 하락하고 원화가치가 달러당 1천1백31원에서 1천1백20원으로 오른 점을 계산하면 최종소비자가격에는 리터당 26-27원정도 인상요인이 생겼다.

정부요구대로 유가를 현수준에 묶어두면 정유업계는 5월 한달동안 휘발유에서 2백50억원을 비롯해 전 유종에서 1천1백억원가량의 수지악화를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내정유사들은 이미 지난달 국제원유가가 걸프전이래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서도 에쓰-오일을 시발로 무리한 가격인하경쟁을 벌여 4월중 약1천5백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기자본 합계가 12조원이 넘는 SK(주) LG정유 현대정유(인천정유포함) 에쓰오일등 정유4사가 지난해 사상최대규모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모두 7천1백여억원수준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부담이다.

결국 그 부담은 해당기업의 주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전망이다.

김성택 기자 idntt@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