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24일 오찬을 겸한 단독회담 형식으로 1시간40분간 국정현안을 논의한후 만족한 표정으로 헤어졌다.

그러나 이를 준비한 여야 실무협상단은 공동발표문 문구 하나하나를 일일이 협의하는 등 긴장속에 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일부 문구는 실무접촉에서 합의된 이후에도 여야 영수가 재협상을 지시, 영수회담 직전까지 완전한 결론에 이르지 못하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항목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국회 동의 부분.

한나라당은 모든 대북지원시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청와대측은 "법률에 의해" 받아야할 경우에 한해 국회 동의를 받겠다고 맞서 결국 "국회동의를 요하는 국민의 부담"이란 선언적 수준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법관 출신인 이회창 총재가 법률적인 문제점을 지적하며 재협상을 지시, 영수회담 회담 직전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해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대북지원과 관련한 상호주의 원칙도 논란거리였다.

한나라당은 모든 분야에서 상호주의에 입각해 대북지원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데 반해 청와대측은 "경제협력"에만 상호주의를 한정하자고 해 마지막까지 논란이 됐다.

결국 마라톤 협상끝에 "경제협력 등"으로 표기, 정치 민간교류 등 다른 분야에서도 상호주의 원칙을 지킬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실무접촉에 나선 청와대 남궁진 정무수석, 민주당 김옥두 사무총장, 한나라당 하순봉 사무총장, 맹형규 총재비서실장 등은 "두분이 너무 꼼꼼히 살피니 재량권이 없다"고 하소연하면서 사소한 문구까지 일일이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하 총장은 24일 오전 실무접촉에 들어가기 전 "출당을 각오하고 협상에 임하겠다"며 큰 틀에 있어서의 합의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국적인 측면을 강조하다보니 한나라당이 강력하게 주장했던 "금권.관권 선거에 대한 유감표명" 부분이 합의문에 반영되지 못했다며 일부 당직자들이 뒷말을 수근대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가 1년1개월만에 만난 것은 24일 낮 12시 청와대 영빈관 2층 백악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11시55분 청와대 본관 입구에 도착해 한광옥비서실장과 남궁진 정무수석, 박준영 공보수석의 영접을 받았다.

이 총재는 승용차에서 내릴때 손에 노란색 봉투를 들고 있었다.

김 대통령은 백악실 입구에서 이총재를 반갑게 맞이하면서 "어서오십시오"라고 인사했고, 이 총재는 "오랫만입니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곧바로 회담장 안으로 들어가 로 바라보는 자리에 이총재가 앉고, 김 대통령은 이 총재의 오른편에 착석했다.

김 대통령은 이 총재에게 "그동안 선거를 치르느라 고생많이 했지요"라고 묻자 이 총재는 "혼났습니다"라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날씨와 건강등을 화제로 얘기를 나눈뒤 기자들과 일행을 물리치고 배석자 없이 곧바로 오찬을 겸한 회담에 들어갔다.

정태웅.김남국기자 redael@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