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잦은 개각과 값싼 장관 .. 고광철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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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정부 말기의 일이다.
기획예산처 장관을 맡고 있는 진념 장관이 노동부 장관이었던 때다.
진 장관은 어떤 회의엔가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카폰으로 경질 통보를 받았다.
당시 국무총리이던 고건 서울시장의 전화 한 통으로 진 장관은 옷을 벗었다.
"그래도 일국의 국무위원인데 경질 통보를 그렇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수모를 겪었다고 느낀 진 장관은 통일 부총리를 지냈던 한완상씨에 비하면 그래도 낫다.
한 부총리는 TV발표를 보고 교체사실을 안 것으로 전해진다.
역대 정부는 대통령을 보좌해 나라 운영을 책임지는 국무위원들을 너무 쉽게 버렸다.
버리는 방식도 "예의"라곤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 두라"는 전화 한 통이면 끝이다.
하긴 1년도 안돼 물러나는 장관이 부지기수니 별다른 의식이 필요없을 지 모른다.
대통령 임기 내내 서로 부대끼며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장관이라면 대통령인들 함부로 내팽개칠 수 있을까.
이런 면에서 미국은 참으로 부럽다.
로버트 루빈은 95년 1월부터 99년 5월까지 4년4개월간 재무장관을 맡았다.
이미 2년간 백악관 국가경제회의(NEC) 보좌관으로 클린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이후였다.
루빈은 물러나고 싶다는 의사를 수차례 밝혔는데도 클린턴의 간곡한 만류로 오랫동안 재무장관을 지냈다.
클린턴은 루빈의 마지막 사임 요청을 뿌리치기 어렵다고 판단하자 기자회견을 통해 "가장 유능한 재무장관 이었다"는 칭찬으로 그의 퇴진을 멋지게 장식했다.
미국 장관들의 퇴진은 기자회견 형식으로 이뤄진다.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실에 퇴임 장관과 함께 나타난다.
대통령이 장관의 어깨를 감싸거나 부드러운 웃음으로 그의 공적을 얘기하면서 "아쉽지만 보낼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고마움을 표시한다.
배석한 비서관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장관은 떠난다.
미 중앙은행 총재인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2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역대 정부는 아무리 훌륭한 장관이라도 2,3년이상 붙잡아 두지 않았다.
영남출신이 대통령이던 시절 몇몇 부처 장관은 호남출신 몫으로 떼어두기도 했다는건 누구나 인정하던 사실이다.
새 정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자민련과의 연정으로 출범했던 현 정권은 장관직을 정파에 따라 안분했다.
적재적소의 인물배치 원칙은 뒷전으로 밀렸다.
특정 지역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엉뚱한 인물을 장관으로 임명하던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인물 본위의 합리적인 인사가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자그마한 정치 사회적인 사건이 일어나면 장관을 경질하는 일이 재연됐다.
국정운영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하는데도 장관들이 "희생양"이 되곤 했다.
장관들이 정치판에 동원되는 것도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본인이 정치에 관심이 있다면,그리고 장관직을 할 만큼 했다면 별 문제다.
국무위원이 된지 몇개월밖에 안된 장관들 마저 "몸 보시"나 다름없는 전투에 배치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
삼성SDS 사장에서 파격적으로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임명돼 "정보화 전도사"의 중책을 맡았던 남궁석 장관은 경기도 용인에서 당선돼 못다 한 역할을 의원 신분으로 할 수 있게돼 그나마 다행이다.
별다른 연고도 없는 경기도 분당 갑에서 공천을 받았던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은 힘없이 퇴장당했다.
빈번한 개각의 폐해는 자못 크다.
실무자들의 잦은 이동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또다른 부작용까지 낳는다.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경제부처의 경우 특히 심하다.
옳고 그름이 분명치 않아 하나를 택하면 다른 하나를 잃어야 하는 경제정책은 노련하고 현명한 판단에 따라 이뤄져야만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외교분야 역시 식견과 오랜 안면이 있어야만 제 역할을 할수 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전문가를 데려다 써야 하고 그 사람에게 충분한 시간을 줘야만 올바른 정책을 기대할 수 있다.
함량 미달인 장관까지 끌어 안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라의 중대사를 결정적으로 그르친 장관이라면 교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파나 지역안배를 배제하고 능력있는 인물로 최선의 조각이 이뤄졌다면 장관들이 대통령과 함께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는 풍토가 바람직하다.
또 개각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돈다.
별 관심이 없다.
눈길을 확 끌 만한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의외의 인물이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국정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차제에 빈번한 개각의 비용 분석을 제대로 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gwang@ked.co.kr
기획예산처 장관을 맡고 있는 진념 장관이 노동부 장관이었던 때다.
진 장관은 어떤 회의엔가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카폰으로 경질 통보를 받았다.
당시 국무총리이던 고건 서울시장의 전화 한 통으로 진 장관은 옷을 벗었다.
"그래도 일국의 국무위원인데 경질 통보를 그렇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수모를 겪었다고 느낀 진 장관은 통일 부총리를 지냈던 한완상씨에 비하면 그래도 낫다.
한 부총리는 TV발표를 보고 교체사실을 안 것으로 전해진다.
역대 정부는 대통령을 보좌해 나라 운영을 책임지는 국무위원들을 너무 쉽게 버렸다.
버리는 방식도 "예의"라곤 찾아보기 어렵다.
"그만 두라"는 전화 한 통이면 끝이다.
하긴 1년도 안돼 물러나는 장관이 부지기수니 별다른 의식이 필요없을 지 모른다.
대통령 임기 내내 서로 부대끼며 미운 정 고운 정 다 든 장관이라면 대통령인들 함부로 내팽개칠 수 있을까.
이런 면에서 미국은 참으로 부럽다.
로버트 루빈은 95년 1월부터 99년 5월까지 4년4개월간 재무장관을 맡았다.
이미 2년간 백악관 국가경제회의(NEC) 보좌관으로 클린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이후였다.
루빈은 물러나고 싶다는 의사를 수차례 밝혔는데도 클린턴의 간곡한 만류로 오랫동안 재무장관을 지냈다.
클린턴은 루빈의 마지막 사임 요청을 뿌리치기 어렵다고 판단하자 기자회견을 통해 "가장 유능한 재무장관 이었다"는 칭찬으로 그의 퇴진을 멋지게 장식했다.
미국 장관들의 퇴진은 기자회견 형식으로 이뤄진다.
대통령이 백악관 기자실에 퇴임 장관과 함께 나타난다.
대통령이 장관의 어깨를 감싸거나 부드러운 웃음으로 그의 공적을 얘기하면서 "아쉽지만 보낼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고마움을 표시한다.
배석한 비서관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장관은 떠난다.
미 중앙은행 총재인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2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역대 정부는 아무리 훌륭한 장관이라도 2,3년이상 붙잡아 두지 않았다.
영남출신이 대통령이던 시절 몇몇 부처 장관은 호남출신 몫으로 떼어두기도 했다는건 누구나 인정하던 사실이다.
새 정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자민련과의 연정으로 출범했던 현 정권은 장관직을 정파에 따라 안분했다.
적재적소의 인물배치 원칙은 뒷전으로 밀렸다.
특정 지역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엉뚱한 인물을 장관으로 임명하던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인물 본위의 합리적인 인사가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자그마한 정치 사회적인 사건이 일어나면 장관을 경질하는 일이 재연됐다.
국정운영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하는데도 장관들이 "희생양"이 되곤 했다.
장관들이 정치판에 동원되는 것도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본인이 정치에 관심이 있다면,그리고 장관직을 할 만큼 했다면 별 문제다.
국무위원이 된지 몇개월밖에 안된 장관들 마저 "몸 보시"나 다름없는 전투에 배치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
삼성SDS 사장에서 파격적으로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임명돼 "정보화 전도사"의 중책을 맡았던 남궁석 장관은 경기도 용인에서 당선돼 못다 한 역할을 의원 신분으로 할 수 있게돼 그나마 다행이다.
별다른 연고도 없는 경기도 분당 갑에서 공천을 받았던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은 힘없이 퇴장당했다.
빈번한 개각의 폐해는 자못 크다.
실무자들의 잦은 이동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또다른 부작용까지 낳는다.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경제부처의 경우 특히 심하다.
옳고 그름이 분명치 않아 하나를 택하면 다른 하나를 잃어야 하는 경제정책은 노련하고 현명한 판단에 따라 이뤄져야만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외교분야 역시 식견과 오랜 안면이 있어야만 제 역할을 할수 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전문가를 데려다 써야 하고 그 사람에게 충분한 시간을 줘야만 올바른 정책을 기대할 수 있다.
함량 미달인 장관까지 끌어 안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라의 중대사를 결정적으로 그르친 장관이라면 교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파나 지역안배를 배제하고 능력있는 인물로 최선의 조각이 이뤄졌다면 장관들이 대통령과 함께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는 풍토가 바람직하다.
또 개각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돈다.
별 관심이 없다.
눈길을 확 끌 만한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의외의 인물이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국정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차제에 빈번한 개각의 비용 분석을 제대로 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gwang@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