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딸을 동시에 사랑하는 중년 남성의 내면 풍경.

일본 베스트셀러 작가 와타나베 준이치의 장편 "사랑은 언제 오는가"(정성호 역,전2권,스테디북)는 벚꽃을 매개로 한 사랑과 허무의 변주곡이다.

40대 여인의 원숙한 성과 20대 처녀의 풋풋한 매력에 사로잡힌 남자는 기묘한 힘에 이끌려 두 여자 사이에서 방황한다.

주인공 유사는 도쿄의 유명 출판사 사장.

그는 교토에 있는 요정 여주인 기쿠노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기쿠노는 10년째 남편과 별거중이다.

그녀에게는 요정을 물려받을 딸 료코가 있다.

어느날 유사는 료코와 벚꽃구경을 함께 한다.

바쁜 엄마를 대신해 딸이 안내를 맡은 것이다.

그날 이후 두 사람 사이에 은밀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료코는 유사에게 부성 이상의 애정을 느낀다.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 그녀를 자극한 것이다.

어머니와 동등한 여자가 되었다는 심리적 요인도 한몫한다.

기쿠노는 도쿄에 요정 지점을 내는 날 둘의 관계를 눈치챈다.

심신이 쇠약해진 그녀는 지점을 료코에게 맡기면서 유사와의 관계를 묵인하지만 사랑하는 남자를 딸에게 빼앗겼다는 상실감에 괴로워한다.

료코 또한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을 떨치지 못한다.

여기에 모녀를 함께 사랑하는 유사의 심리상태가 씨줄날줄로 교차된다.

세사람의 매개체인 벚꽃은 희망과 절망,사랑과 이별의 상징으로 읽힌다.

두 여인을 벚꽃의 아름다움에 비유하며 개화와 낙화 장면으로 오버랩시킨 기법이 돋보인다.

와타나베는 소설 "실낙원"으로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군 성형외과 의사출신 작가다.

고두현 기자 kdh@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