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기업들은 과잉설비의 해소를 추진하면서 사활을 걸고 공격적인 "투자자세"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특히 정보기술(IT)을 축으로 한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분야로 수익원을 확충하느냐의 여부가 기업의 생존 조건이 되고 있다.

일본의 재래업체들도 IT를 등한시했다간 자칫 경쟁에 뒤질 수밖에 없다는 절박감에 휩싸여있다.

이런 움직임은 일본의 설비투자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설비투자의 선행지표인 기계 수주(선박 전력을 제외한 민간 수요)는 99년 10~12월 전분기 대비 13% 증가했다.

예상외로 강한 오름세다.

1월에도 설비투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자주 거론되던 "과잉설비론"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일본 산업계는 분명 과잉설비의 문제를 안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경우 일본내 생산능력 약 1천3백만대 가운데 30%를 줄여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환경이나 안전 등 사회적 필요에 맞추기 위해 높은 수준의 전략적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것이 현재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다.

기업들이 과잉설비를 해소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의 사활을 건 투자에 적극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기계 수주가 바닥을 친 것은 이러한 "투자 열기"가 서서히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기업들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은 각 기업들이 기존의 틀을 뛰어넘은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실적이 호전되고 있는데 힘입은 것이다.

기업의 수익성과 기계 수주(설비 투자)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업이 이익을 낼때 비로소 설비투자가 회복되는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설비투자의 내용이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설비투자의 대부분이 IT관련 분야다.

IT 투자붐을 이끌고 있는 기계 업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대의 요청에 맞는 최신 설비를 개발하지 않고서는 이용자의 수요를 따라잡을 수 없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이 IT를 갖춘 기계다.

IT 활용 분야는 사무실에서 물류 공정으로 그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는 제조현장에서도 IT를 본격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의 강점인 제조업에 IT가 추가되면 경쟁력은 한층 더 향상될 것이다.

특히 전기 기계 통신업계에서 IT 투자로 인한 생산능력 증대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소재산업에 대한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성장패턴대로 IT관련 설비투자가 일본 경제를 견인하리라는 기대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우선 제조현장의 네트워크화를 들 수 있다.

아직도 상당수 제조현장에서는 다른 업체의 공작기계나 로봇 등이 네트워크화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것들을 네트워크화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제어기기를 갖춘 기계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계는 "IT의 단말기"로 바뀌게 된다.

기계 가동률이나 가공 상황 등 제조현장의 정보를 흡수해 일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생산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둘째로 제조공정에서의 소프트웨어 활용이다.

예컨대 CAM(컴퓨터 제조) 소프트웨어를 기계에 장착함으로써 숙련공의 경험에 의지해 왔던 가공 프로그램을 효율화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앞으로는 기계(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불가분의 관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는 기계 업체의 비즈니스 모델에도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먼저 소프트웨어의 힘이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수익원도 기계의 제조및 판매에서 IT를 축으로 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기계업체들을 비롯 일본 기업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얼마나 빨리 전환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생존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박영태 기자 pyt@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