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제2FM "전영혁의 음악세계"를 진행하는 전영혁씨.

그는 20대중반~30대초반의 국내 록음악 매니아들에게는 우상같은 존재다.

90년대 초반 한국의 록음악을 움직였던 서태지, 신해철씨 등도 초창기에는 그로부터 음악적 자양분을 제공받았노라고 밝히곤 했다.

전씨는 음악 전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DJ답게 음반을 수집한다.

음반수집이 취미인 사람이야 많지만 전씨의 경우는 일반인들과 차원이 다르다.

"몇장이나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세보질 않았으니까. 그냥 희귀음반 1만장 정도라고 해두죠"

워낙 많은 음반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기억나는 앨범이 있겠는가 싶었지만 이에 대한 대답은 의외로 즉각적이었다.

"버스커스라는 집시 밴드의 동명 타이틀 앨범입니다. 이 앨범을 수집할 때 재미있는 일이 있었거든요"

이 음반은 원래 수집 당시 전씨 프로그램의 애청자 한명에게서 빼앗듯이 구한 앨범이라고 한다.

"그분께서 이 밴드의 노래를 신청하셨는데 음악을 잘 안다고 자처하는 저도 이 밴드가 어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인지 전혀 모르겠더라구요. 결국 당시 부산에 살고 계셨던 엽서의 주인공을 추적해 직접 찾아갔죠. 제 프로그램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돈은 받을 수 없다고 한사코 버티시길래 제가 가지고 있던 음반 10장과 맞바꿨습니다"

다른 음반 컬렉터들과 마찬가지로 전영혁씨 또한 음반을 수집할 때 금전적인 문제가 가장 곤혹스런 일이었다.

그가 젊었을 시절 음반을 사 모으기 위해 결혼 자금을 탕진한 일은 전씨의 팬들에게는 너무나 잘 알려진 일화다.

"저는 지금도 전세집에 살고 있습니다. 집살 돈으로 음반을 사 모았기 때문이죠. 결혼한 아내에겐 너무 미안하지만 좋아서 한 일이니 후회는 없습니다"

전씨는 언제부턴가 자신의 음반 고르는 기준에 변화가 생겼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반을 수집했지만 요즘은 무조건 자신이 잘 모르는 밴드의 음반을 고른다는 얘기다.

"저를 포함해 청취자들이 모르는 음악을 소개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낍니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전혀 새로운 음악을 소개해야 한다는 부담감 말이죠.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이런 노력이 음악 애호가들의 정서를 조금이나마 풍요롭게 해준다면 저로선 만족입니다"

송종현 기자 scream@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