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치매 노인을 돌보느라 진이 빠지고 속이 타버린 가족들의 고충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치매는 노화와 함께 정상적인 뇌세포가 그 기능을 잃어가면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문제는 현재 뾰족한 치료 방법이 없다는 것.따라서 예방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비타민을 복용함으로써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 돼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저명한 신경의학잡지 "뉴롤로지"에 발표된 바에 의하면 비타민 C와 E를 복용해 온 노인은 그렇지 않은 이에 비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미국 하와이에 거주하는 71~93세의 일본계 미국인 남자노인 3천3백85명을 대상으로 인지능력을 조사했다.

조사대상자중 47명은 알츠하이머형 치매를, 35명은 혈관성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50명은 혼합형 치매현상을 보였다.

치매증상은 없지만 인지능력이 떨어져 있는 노인도 2백54명에 달했다.

연구자들은 분석결과 비타민 C와 E를 함께 복용했던 노인은 혈관성 치매에 걸릴 위험성이 비타민을 복용하지 않았던 사람들에 비해 88%나 낮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들 비타민이 뇌졸중을 예방한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연구자들은 비타민 C나 E같은 항산화제 비타민이 일단 뇌에 허혈성 장애(혈액공급부족)가 생긴 후 이어지는 신경손상을 억제함으로써 치매가 예방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뇌의 노화나 퇴행성 신경질환이 산화에 의한 손상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을 재삼 확인시켜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 비타민 C와 E를 함께 복용하면 혼합형 치매의 발병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예방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치매가 없는 노인들에게서는 비타민 C 혹은 비타민 E 중 어느 것을 복용해도 인지능력이 향상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비타민을 장기간 복용할수록 인지능력이 높아지는 효과도 컸다.

한국인에게는 혈관성 치매가 더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이번 연구결과는 우리에게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명심해야할 사실은 혈관성 치매의 경우 뇌혈관이 여러 군데가 막히는 다발성 뇌경색증이 중요한 원인이란 점이다.

이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위험요인과도 관련깊다.

비타민의 장기 복용도 중요하지만 이런 위험 요인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동반돼야 효과적인 치매예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hshinsmc@samsu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