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계속 1당을 유지함에 따라 향후 여야 관계가 어떻게 정립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여야가 표면적으로는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소야대(與小野大)라는 정국지형 자체가 근본적으로 여야 대치와 "정계개편"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야관계를 예단키는 어려운 상황이다.

단기적으로는 여야간 "화해무드"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17일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총재회담을 한나라당에 공식 제의한 것이 바로 신호탄이다.

국정운영에 있어 여당의 독주로 야당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 국정을 이끌어 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여권은 이를 위해 일단 야당의원 "빼오기"를 통한 인위적 정계개편은 추진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정계개편을 추진할 경우 야당의 강한 반발로 정국 불안이 불을 보듯 뻔하며 오는 6월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에도 약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금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국민적 화합을 이뤄 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한시적 입장이다.

한나라당도 유화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회창 총재는 남북정상회담에 협조적 자세를 보였고 그간 부정적이던 여야 총재회담에 대해서도 "국가적인 근본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영수회담은 필요하나 국면전환용 영수회담이 돼서는 안된다"고 윈척적인 수용의사를 밝혔다.

총선 승리로 당내 위상과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입지가 한층 강화된 만큼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적 여론을 피하고 대선주자로서의 이미지 제고에 나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권의 정계개편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 같다.

여야의 이같은 입장을 감안할 때 대화정치의 여건은 마련된 셈이다.

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각론을 놓고 다소간의 우여곡절을 겪겠지만 여야의 화해무드는 총재회담을 통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같은 화해무드는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정전약속"과 성격이 유사하다.

여소야대라는 현실에서 장기적으로는 여야 대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여권은 김 대통령 임기 후반기 국정을 무리없이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안정의석이 절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당장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대북경협 등 후속조치와 금융 공공부분 등 경제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소수 여당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한나라당이 여당의 국정운영에 협조해 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대북정책에 대한 여야간 시각차가 적지 않은데다 병역비리 의혹과 무더기 선거사범 처리도 여야관계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장애물이다.

총선 승리가 현정권의 실정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이 여당에 대한 견제와 압박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때문에 이같은 불안한 여야관계의 귀착점이 정계개편이 되고 그 시점은 남북정상화담 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1차적으로 자민련과의 합당과 무소속및 군소정당 의원 영입을 추진한 뒤 야당의원 영입에 나서 정기국회 이전에 강한 여당을 구현한다는 시나리오다.

이는 필연적으로 한나라당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오고, 그 결과는 여야대치로 귀결될 것이라는 설득력 있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이재창 기자 leejc@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