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하원인 국가두마가 미국과 러시아의 전략 핵무기를 기존의 절반수준으로 감축하는 제2차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II)에 비준했다.

러시아 하원이 14일 이 협정 비준을 놓고 표결을 벌인 결과 찬성 288표, 반대는 131표로 나타나 7년만에 하원을 통과하게 됐다고 이날 AP 통신이 보도했다.

이 통신은 이로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당선자가 서방에 좋은 이미지를 남기게 됐다고 전했다.

또 이는 푸틴의 러시아가 서방과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 실용주의적 노선을 채택할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START II는 미.러 양국이 보유하고 있는 6천여개의 핵탄두 수를 2007년 말까지 현재의 절반수준인 3천~3천5백개로 감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푸틴 대통령 당선자는 투표 직전 러시아가 핵탄두 수를 현재(6천여개)의 25% 수준인 1천5백개까지 줄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 동일한 규모로 핵무기를 감축해야한다는 조건하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은 이에 덧붙여 미국이 72년 체결된 미-러간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을 위반한다면 러시아는 전략적 무기와 재래식 무기를 포함한 모든 협정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지난 1월 북한 등의 위협을 근거로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에 나서는 등 ABM협정 개정 움직임을 보여왔다.

한편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은 러시아의 START II 비준에 대해 "역사적인 조치"라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