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뒷받침하는 많은 정책들이 발표되고 있고 경제부처들은 앞다퉈 새로운 정책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가 단순히 인터넷이나 정보통신 분야의 혁신에 그치지 않고 경제사회질서의 변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만큼 당연한 대응이다.
같은 맥락에서 기업들은 대기업 중소벤처기업 할 것 없이 내부 조직과 사업전략을 바꾸고 있으며 일반 국민들도 컴퓨터 학습 등을 통해 디지털 경제시대에의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또한 상상을 초월하는 변화 속도에 맞춰 경제정책을 신속히 마련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
특히 우리 사회의 폭발적인 인터넷 열기를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경제정책이 달성하여야 할 또 다른 주요과제는 국민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달성하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인 경기사이클뿐만 아니라 중장기 성장기반 구축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러하다.
이 경우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이 산업정책에 대한 재평가와 새로운 방향의 설정이다.
디지털 경제는 정보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기초한 개념이다.
따라서 그 출발점은 정보기술 또는 인터넷을 활용한 새로운 산업의 발전과 기존 산업에서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가 과거와는 전혀 다르게 되는 만큼 산업정책의 방향도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먼저 산업정책의 포괄범위가 달라져야 한다.
디지털시대에는 정보통신 인프라와 오락 게임 음반 영화 문화 등 소위 디지털 콘텐츠가 중요한 산업으로 부상한다.
전자상거래는 유통과 물류부문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된다.
인터넷산업의 중요성은 이미 피부로 느끼고 있다.
따라서 산업정책이 과거의 제조업 위주에서 벗어나 이들 산업과 정보통신 인프라를 모두 포괄하지 않고서는 그 의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또한 디지털 콘텐츠나 방송 역시 사회.문화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산업의 관점에서 그 발전 방향과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서비스와 콘텐츠를 서로 연계시키는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디지털시대에는 이들 산업이 서로 시너지효과를 가지면서 동반 발전하게 된다.
예를 들어 통신이나 인터넷서비스의 발전은 관련 기기의 발전을 이끌게 된다.
하지만 서비스부문의 발전이 너무 빠르면 기기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에서 단기적으로 수입을 유발하게 된다.
그렇다고 서비스부문의 발전속도를 늦추는 것이 능사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산업정책을 통해 양 부문의 성장속도를 비교,검토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산업간의 연계성이 커지는 만큼 산업정책과 관련한 정부부처간의 조율이 더욱 중요하다.
현행 정부조직에 비추어 위에 열거한 산업들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등에서 분산하여 담당하게 된다.
만약 이들 부처가 자신들이 관할하고 있는 산업의 발전만을 경쟁적으로 추구하면 국가 전체로는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디지털 경제 관련 장관간담회를 확대하여 실질적인 정책조율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관련 부처의 개편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정보기술을 활용한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도 산업정책의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는 그동안 우리경제를 억눌러 왔던 경쟁력 약화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도 산업발전 방향과 연계시킬 필요가 있다.
벤처기업이 일시적인 유행에 따라 부침하는 것이 아니라 부품소재 등에서의 기술개발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기술개발,인력양성,부품.소재산업 및 중소기업 육성,외국인 투자의 효율적 활용 등 그동안 산업정책의 근간을 이루었던 것들이 소홀히 취급될 수는 없다.
특히 산업정책은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경제의 생산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렇지만 디지털 경제시대는 산업 패러다임의 혁명적인 변화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부처간 경쟁이나 임기응변식 정책수립이 아니라,디지털 경제의 변화 방향에 대한 차분한 분석을 토대로 종합적인 산업정책 방향을 모색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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