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전반에 대한 성찰을 통해 이론과 실천의 통합을 모색하는 반연간지 "비평 제2호"(비평이론학회,생각의나무,1만5천원)가 출간됐다.

지난해 나온 창간호가 창간준비호 성격이 짙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창간호는 이번호로 볼 수 있다.

이번 2호에는 21세기 전망과 세계화,이로 인해 초래된 한국 대학교육의 위기를 집중 점검한 3개의 기획과 이론의 현재성 문제를 다룬 1개의 특집이 실려있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한국인,생각과 사람"을 비롯해 서양철학의 전반적인 흐름을 소개하는 "동향"코너,자유논문,서평 등 다양하게 구성됐다.

편집위원장 김우창(고려대 영문과)교수를 포함해 김동윤(건대 불문과).여건종(숙대 영문과).도정일(경희대 영문과)교수 등 우리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우편향적인 학자로 평가받는 주류 학계의 연구자들이 대거 필진으로 참여했다.

첫번째 기획으로 지난 세기를 반성하고 21세기에 대한 전망을 세우기 위해 "21세기,우리에게 대안은 있는가"를 마련했다.

대담의 성격을 띤 이 기획은 한국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활발히 발언해왔던 교수 언론인 작가 정치인을 대상으로 자본주의의 미래,새로운 정치문화 정립,환경,민족문화,교육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기획2 "세계화는 오늘의 세계에 무엇을 가져왔는가"에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 엄연한 현실이 돼버린 "세계화"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특히 "시장 지상주의적 사고가 한국 인문학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라고 지적한 도정일 교수의 글이 관심을 끈다.

이 기획에는 또 서구사회에서 세계화에 대해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피에르 부르디외와 노엄 촘스키,앤서니 기든스가 최근에 쓴 논문들도 수록돼 있다.

이밖에 한국사회의 대학교육이 지향해야 할 점을 모색한 "변화하는 세계와 대학의 개혁"과 지난해 6월 한국비평이론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주요 논문들이 담긴 특집 "이론의 현재성"도 주목할만하다.

그러나 "단순히 학문의 분파를 넘어 동.서양의 이론들을 변증법적으로 통합한 학제연구를 시도했다"는 발간사와는 달리 이번호에서 학제연구의 전범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도 흘러나오고 있다.

또 주류 인문학계의 역량이 총집결됐음에도 잡지의 지향점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아쉽다.

강동균 기자 kdg@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