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공매도 파문은 단순히 보아 넘길 문제가 아니다.

신용과 안전성을 생명으로 하는 금융기관이 초단기 매매기법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공매도 주문을 내기에 이르렀다는 것만 해도 매우 놀랄만한 일이다.

증권거래법(188조)은 기업내부자의 공매도 행위만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 거래가 갖는 고도의 투기적 성격을 고려한다면 공신력을 생명으로하는 금융기관이 자신이 갖고있지도 않은 주식을 매도하면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증권시장의 투기적 성향이 한도를 넘어섰다는 것 외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증권사의 잘못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이유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결제에 실패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증권사들에 상당한 자본금 요건이 부과되어있는 것이나 상품주식이라는 이름의 주식보유를 허용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결제 능력"을 담보하려는 목적에서다.

업계 상위권의 대형증권사가 결제의무조차 지키지 못했다는 것은 어떤 사유에서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사건을 처리하는 감독당국의 태도 또한 비난받아 마땅하다.

금융감독원은 결제불이행 사고가 터졌다는 것이 언론에 보도된 다음에야 부랴부랴 "공매도 제도를 손질하겠다"는 원칙론만 밝혔을 뿐 사건개요조차 파악하지 못해 허둥대고 있다.

금융기관들의 투기적인 주식거래행태가 어떤 수준에 이르렀는지,불공정 매매는 없었는지,고객의 공매도 정보가 어떻게 이를 저지하려는 상대방에게 유출되었는지 이 모든 과정들을 밝혀낼 책임이 금감원에 지워져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터에 조사 계획조차 없다니 딱한 일이다.

감독 당국은 지금 즉시 금융기관들의 주식매매 동향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는 외에도 사이버 거래에 따른 결제의 불안정성을 보완하고 시세조작 여부를 가려내는등 재발 방지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동안 쉬쉬하면서 덮어두었던 유사사건도 적지않았다는 것이어서 더욱 당국의 무책임을 개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