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정보통신업체의 금융업 진출을 바라보는 경제계의 시각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외환위기이후 구조조정의 급류에 휩쓸린 금융업계에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벤처기업인들이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다.

젊고 싱싱한 아이디어로 고루한 기존 금융인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많다.

반면 무분별한 사업다각화를 경계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벤처나 정보통신이라는 주력업무와는 다른 금융회사를 운영하다 금융회사를 부실화시키고 모 회사까지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을 낳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 왜 진출하나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자금조달 창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다.

그동안 벤처업체들의 주요 자금조달 창구는 코스닥이나 증권거래소였다.

공모를 하면 투자자들이 구름떼처럼 모여들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스닥도 침체에 빠져 있다.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때와는 달리 자금조달을 하는게 쉽지 않게 된 셈이다.

주가상승으로 엄청난 이익을 올린 벤처기업들이 금융회사를 사들이는데 서서히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벤처업체들은 금융업 진출의 1단계로 상호신용금고를 주타겟으로 삼고 있다.

일단 자본금 규모가 적어 인수비용에 부담이 없다.

또 최근 금융구조조정과정을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취약해진 탓에 신용금고 스스로도 확실한 대주주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고객에게 예금을 받을 수 있는 수신업무를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매력적이기도 하다.

한발 더 나아가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금융회사를 하나 보유하고 있는 것이 장래 본기업의 경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인식도 있다.

실제로 신은상호신용금고를 인수한 텔슨전자는 다른 신용금고도 추가로 인수해 덩치를 키울 계획이다.

한국할부금융을 인수키로 한 팬택도 앞으로 주택금융시장이 확산될 것으로 보고 이 분야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벤처기업의 금융회사 인수는 한마디로 돈이 정보통신업체쪽으로 몰려 가고 있는데 따른 현상"이라며 "서민금융회사들도 안정적인 대주주를 갖게 되면 경쟁력을 높일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 부작용은 없나 =우려는 벤처기업의 열풍이 "거품"일 수 있다는 시각에서 시작된다.

이렇게 보면 벤처기업들이 금융회사를 사들이는 목적도 최근 빌딩을 사들이고 다른 기업에 투자하는 무분별한 재테크의 한 방법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이같은 현상을 지난 80년대 후반 건설업체의 금융회사 인수 경쟁과 비교하는 시각도 있다.

부동산경기 활성화에 힘입어 막대한 이익을 올린 건설업체들이 일제히 금융회사 인수에 뛰어들었던 옛 현상의 재판이라는 것이다.

당시 건설업체들은 경쟁적으로 금융회사를 사들였다.

그룹화를 추구하면서 금융회사 하나쯤은 거느려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금융회사는 부동산 경기하락과 더불어 시작된 대주주기업의 경영난이 본격화된데 따라 함께 망한 사례가 많았다.

특히 대주주가 이들 금융회사를 개인금고처럼 운영하면서 부실을 키우기도 했다.

대주주인 성원건설에 불법대출했던 대한종금이 결국 파산의 길을 걸었던 것이 한 예다.

또 거평이 인수했던 새한종금이나 성원토건이 대주주였던 한길종금이 망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벤처 정보통신업체들이 관심을 갖는 신용금고나 할부금융도 여신기능을 갖고 있다.

여신이 대주주 기업으로 쏠린 후 해당 기업이 어려워지면 금융자회사 돈을 쓰려는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이에대해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금융회사를 인수한 기업들은 모두 지난해 1백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올린 알짜 기업들"이라며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관계자는 특히 "벤처정신으로 금융회사를 경영한다면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수도 있을 것"이라며 "건설회사들의 금융회사 인수 후유증에 빗대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imjh@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