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침 북한과 일본간의 수교회담이 다시 시작됐고 북한당국이 우리측의 베를린선언에 대해 명시적인 반대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어 조만간 대북관계에 극적인 돌파구가 열리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북한입장에서도 강경파인 미국 공화당의 집권가능성에 대비해 올 가을 미국 대통령선거 전에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서둘러야 유리하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현재 북한경제는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느냐 마느냐는 중대기로에 서있다.
지난해에는 농업생산이 40%가량 증가했고 기계 철강 등 제조업생산도 모처럼 회복세를 보인데 힘입어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던 경제성장률이 10년만에 플러스로 돌아선 것으로 관측된다.
이같은 사태반전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각국의 식량지원과 비료지원,그리고 금강산 관광사업을 통한 현금조달이 큰 힘이 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북한이 일시적인 상황호전이 아닌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
경제성장을 본격화 하자면 북한측이 해결해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이 바로 전력 및 농업생산 증대와 대대적인 사회간접자본 확충이다.
지금처럼 식량과 전력이 부족해서는 산업생산에 필요한 노동력공급과 공장설비 가동이 어려우며 철도 도로 항만 등 열악한 사회간접자본으로는 대규모 물자수급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 형편상 이 문제를 자력으로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며 외부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북한측이 필요한 자금을 국제금융기구에서 빌리건,일본과의 수교협상에서 배상금을 받건 우리측의 인적.물적 지원이 절대적인 요인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자면 이탈리아 북한방문단이 강조했듯이 개혁.개방,조건없는 남북대화,국제기준에 따른 인권개선이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할 것이다.
북한측은 이미 지난 2년동안 우리정부가 펴온 햇볕정책의 신뢰성을 검증한바 있다.
그런데도 북한측이 일관성 없고 불안정한 태도를 보인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최근 서해5도 통항질서를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지난 10여년간 계속해온 대우그룹과의 남포공단 합영사업을 적자누적을 핑계로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 등이 그런 예다.
북한측은 지금이라도 체제개방에 대한 확고한 의지표명과 함께 성의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