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일 개봉하는 "인터뷰"( Interview )는 6mm 디지털 카메라가 주인공인 독특한 형식의 영화다.

남녀 주연으로 등장하는 은석(영화감독)과 영희(미용사 보조원)는 형식적인 주인공일뿐이다.

이들 주인공을 사랑으로 연결시켜 주고 뭇사람들의 가슴속 사랑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것은 카메라속의 카메라인 6mm 디지털 카메라다.

카메라는 커피숍 포장마차 버스 슈퍼마킷 뮤지컬무대등 우리 일상생활의 주변을 헤집고 다니며 "사랑"에 대한 편린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영상을 담는 기계일뿐인 카메라가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이어주는 매개역할을 한다.

영화감독인 은석(이정재)은 다양한 사람들의 연애담을 주워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그중 한 여자가 그의 눈에 들어온다.

한 커피숍에서 카메라에 잡힌 영희(심은하)는 미용사로 27세다.

애인이 있느냐는 질문에 "군에 간 남자친구가 있다"고 밝히는 모습에서 왠지 어둠과 머뭇거림이 느껴진다.

은석은 자신이 찾아 헤매던 진실을 닮은 듯한 영희에게 끌린다.

은석은 영희를 만나면서 영화작업을 위한 인터뷰 대상이 아닌 사랑의 대상으로 그녀를 느끼게 된다.

영희도 카메라 앞에서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로 인해 거짓말을 시작하지만 인터뷰를 계속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실제모습을 조금씩 내비치기 시작한다.

영화는 "인터뷰"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던 감독이 인터뷰하는 과정중 한 여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다.

신예인 변혁 감독은 이 영화에서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만남"이라는 이색적인 형식에 "인터뷰어(질문자)와 인터뷰이(응답자)의 만남"이라는 내용을 뒤섞은 독특한 영화기법을 보여준다.

스토리 전개방식도 이채롭다.

이 영화에는 현재와 과거가 뒤엉켜있다.

그러나 영화에서 전개되는 단편적 사건들은 "그림퍼즐"처럼 종국에는 이어지는 연결고리 방식을 택하고 있다.

지난 94년 칸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던 "펄프 픽션"에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결국에는 맞물리는 기법과 같은 맥락이다.

"인터뷰"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연애담을 통해 영화전반을 훈훈한 분위기로 이끈다.

20여명의 등장인물들이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가식없이 보여주고 있다.

영화제작 스태프진들의 대화가 중간중간에 반복해 나타나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영화는 첫 장면이 중요해" "우리 감독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반복되는 스태프진의 대화는 변 감독 스스로가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영화를 만드는 이유를 감독 스스로도 되묻고 관객들도 생각하게끔 하는 의도는 아닐까.

프랑스 국립영화학교 출신인 변 감독은 25분짜리 단편영화 "호모 비디오쿠스"로 91년 샌프란시스코 영화제 대상,92년 클레르몽 페랑 단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등을 수상해 국내외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인터뷰"는 새로운 소재를 독특한 기법으로 처리했다는 점에서 한국영화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감독이 영화기법을 중시한 나머지 영화를 보는 "솔솔한 재미"를 느끼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이성구 기자 sklee@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