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골드스타인 < 미국 IIE 선임연구위원 >

최근 전세계의 신흥경제국이 겪었던 금융 및 채무위기 현상들을 지켜보면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신흥경제국은 공통적으로 취약한 금융 및 은행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난 20년간 신흥경제권에서 70여건의 금융 및 은행위기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아시아 일부국가들은 금융위기가 초래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20~60%를 지불하기도 했다.

세계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외환위기로 GDP의 약 15%를 부담했다.

둘째는 잘못된 공공 및 민간부문의 채무관리 문제다.

특히 신흥경제로 유입되는 해외 민간자본의 급격한 증감은 해당국가의 금융위기를 초래하기 십상이다.

아시아 금융위기도 마찬가지였다.

단기자금의 불안정한 이동도 위기에 한몫했다.

금융체제가 약한 신흥경제국은 단기자본 유입을 억제하고 장기자본 유입을 장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투명하고 차별없는 조세수단을 채택하는 것은 훌륭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셋째는 환율제도의 취약성이다.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러시아 브라질 등 심각한 외환위기를 겪었던 나라들의 공통점은 이들이 고정환율제도를 고수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경제적 원리보다 정치적 문제와 더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신흥경제국이 환율제도에 약한 또 하나의 이유는 환율유지를 위해 금리를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신흥국은 IMF와 G7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받기 위해 고정환율제를 고집하기도 한다.

그러나 고정환율제도는 절대 안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시장원리를 해치는 도덕적 해이 문제도 거론된다.

위기 발생국에 대해 IMF는 대규모의 구호자금 패키지를 포기하고 통상의 대출한도를 변함없이 고수해야 한다.

체계적인 위기의 경우 IMF는 그 위기의 대부분이 해당국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일 때는 기존의 신용자금을 대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만약 위기가 그 나라와 무관하게 발생했다면 그 위기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위기확산방지특별기금( special contagion funds )을 통해 대출해야 할 것이다.

IMF 구제금융은 적을수록 더 효과적이다.

IMF와 세계은행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IMF가 내린 일련의 조치들에 대해 많은 비난이 있었다.

그 중 일부는 올바른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IMF 해결책은 긍정적인 효과가 더 컸다고 생각한다.

다만 IMF와 세계은행은 개혁을 통해 본래의 목적으로 되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IMF는 장기적인 구조개혁보다는 통화 재정 환율 및 금융분야의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세계은행은 위기관리와 거시경제적 조언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발에 따르는 구조적.사회적 측면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계 및 신흥경제국 금융체제의 미래에 관한 최근의 논의가 한국에 시사하는 점들을 살펴보자.

우선 한국은 외환위기를 잘 극복하고 금융부문의 감독체계를 강화해온 점 등이 높이 평가되고 있어 국가신인도 제고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민간 채권자들은 자신이 대출시스템에서 더욱 더 많은 책임을 진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즉 과다대출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혹시라도 한국이 미래에 다시 IMF 관리체제로 간다 하더라도 전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동시에 오지 않는 한 IMF 구호패키지는 규모와 폭이 이전보다 훨씬 작을 것이다.

정리=박해영 기자 bono@ k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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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최근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한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 모리스 골드스타인 박사 초청강연 "세계금융체제의 미래와 우리의 대응"을 요약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