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29일 여야가 격돌했다.

여야 4당은 이날 당 지도부가 수도권을 순회, 정당연설회나 거리유세를 통해 "안정론" "견제론" "중부권역할론"을 각각 내세우며 황사바람속에 치열한 득표경쟁을 벌였다.

<> 민주당 =서영훈 대표와 이인제 선대위원장, 이만섭 상임고문을 단장으로 한 3개 유세반은 이날 인천과 경기 등 수도권 8개 지역과 강원 춘천에서 정당연설회를 갖고 초반 대세장악을 위한 세몰이행보를 가속화했다.

서 대표는 인천 서 강화을 정당연설회에서 "지난 2년간 한나라당은 사사건건 방탄 국회와 국정 발목잡기로 일관해 왔다"며 "이번 선거에서 나라를 살린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나라 망친 한나라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산에서 하루를 묵은 이인제 위원장은 안성과 평택을, 오산 화성, 수원 장안, 안양 만안, 시흥, 부천 등 경기지역에서 릴레이 정당연설회 유세를 통해 한나라당의 대통령 하야론 등을 비난하면서 안정론으로 지지를 호소했다.

이 위원장은 "국가부도 위기는 지났지만 서민층은 아직 따뜻한 온기를 느끼지 못한다"며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대통령과 민주당에 힘을 주면 경제성장을 계속해 희망의 미래를 열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 위원장은 "한나라당이 지역주의를 이용해 국민을 현혹시켜 승리하면 나라는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거듭 안정론을 제기했다.

춘천에서 유세를 가진 이만섭 고문은 "제 2의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에 표를 몰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나라당 =이날 이회창 총재와 홍사덕 선대위원장이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바람몰이를 계속했다.

이 총재는 방배1동 방림시장,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 천호시장 등 강남 일원의 시장과 상가를 돌면서 "요즘 경기가 어떠냐"고 물으며 관심을 표명하는 등 바닥표 다지기에 주력했다.

이 총재는 즉석 연설을 통해 "경제실정을 일삼는 현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표를 몰아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서울 강서갑에 출마한 김도현 후보는 이 지역 유권자들이 IMF사태 이후 중산층에서 서민층으로 몰락한 점을 빗대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2년만에 중산층 비율이 68%에서 30%로 줄었다"고 주장하며 정부의 실정을 비판했다.

"6.3세대" 출신으로 문체부 차관까지 지낸 김 후보는 "투사와 행정경험을 고루 갖춘 큰 일꾼을 당선시켜 정부의 경제실정을 견제토록 해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서울 강남을에 출마한 오세훈 후보는 정부 여당이나 상대후보에 대한 비방을 자제하고 본인에 대한 "포지티브" 전략을 펴는데 주력했다.

오 후보는 대치동 일원동 수서지역 아파트를 돌며 "아이들의 장래에 부끄럽지 않은 정치를 하겠다"며 변호사로서의 입지전적 경력을 내세워 지지를 호소했다.

홍사덕 선대위원장도 안양동안 2001아울렛, 수원장안 화서시장, 안산 공명상가 등 경기 남부 일대를 누비며 "현 정권의 오만과 독선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내려달라"고 주장했다.

홍 위원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1천2백만명 봉급생활자의 절반이 넘는 6백80만명이 임시고용직으로 전락했다"며 경제실정을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한나라당은 30일부터는 이 총재와 홍 위원장이 출근길에서 선거유세를 시도하는 등 "쌍끌이 유세"를 벌일 방침이다.

또 30일 서울과 인천에서 첫 정당연설회를 갖고 세 과시에 나서기로 했다.

<>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와 이한동 총재는 중부정권 창출론을 제기하며 수도권 및 강원지역 공략에 나섰다.

김 명예총재는 이날 오전 부천 오정 및 서울의 동대문 갑, 관악 갑.을 등 서울지역 정당연설회에서 민주당의 내각제 배신론을 제기하며 공세를 가속화했다.

김 명예총재는 "김대중 대통령은 내각제 약속을 저버리고 차기대통령 후보는 민주당 경선에 의해 선출될 것 이라고 말하는 등 신의가 없고 겉과 속이 다른 놀부 근성을 갖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지금 우리 사회에 민주투사라고 칭하는 자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하고 경제발전을 위해 노력한게 무엇이 있느냐"면서 "민주라는 말만 쓴다고 민주주의가 결코 아니다"라고 색깔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원주 영월 속초 등에서 강원지역 유세에 나선 이한동 총재는 "왜 중부권은 대통령을 내지 못하고 경상도와 전라도만 내야 되는가.

강원도에 대통령감이 없으면 경기도에 이한동이가 있다"며 대권도전 의사를 거듭 피력했다.

<> 민주국민당 =후보들은 거리에서 개인연설회를 갖는 등 유권자들과의 직접접촉을 통한 표밭갈이에 바쁜 하루를 보냈다.

전날 조순 대표로부터 선댕위원장을 물려받은 장기표 최고위원은 새벽 6시 삼청공원을 시발로 경복궁역 장안시장 이경시장 등을 돌며 민국당 바람을 일으키느라 동분서주하는 모습이었다.

장 선대위원장은 유세차량 안에서 "4.13 총선은 국부를 유출해 나라를 파는 김대중 정권과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한나라당을 심판하는 날"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형배.이재창.김병일 기자 kbi@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