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법인들의 정기주총이 대부분 끝났다.

상장기업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다.

다른 때 같으면 전년도 실적이 좋았던 기업들의 주가는 이맘때쯤 한창 오르게 마련이다.

그런데 올해는 약간 다르다.

실적이 좋아도 주가의 용솟음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 주가는 내재가치를 반영한다는 게 증시의 교훈이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일기 시작한 "가치투자로의 회귀조짐"을 고려하면 내재가치가 좋은 기업을 마냥 도외시할 수만은 없다.

더욱이 실적이 좋은 기업이 인터넷사업진출 등 시류를 타는 재료를 터뜨릴 경우 주가는 달리는 말에 날개를 다는 격이 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증권거래소가 발표한 12월 결산법인들의 실적을 다각도로 분석,주가움직임을 내다보는 것도 필요하다.


<> 저PER(주가수익비율)주를 주목하라 =증권거래소가 발표한 4백84개의 12월 결산 상장법인들은 지난해 14조4천6백2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회사당 3백억원의 순이익을 낸 셈이다.

이익을 낸 회사보다는 적자를 낸 회사를 찾기가 훨씬 눈에 띌 만큼 상장기업들의 이익규모는 엄청나다.

삼성전자가 3조1천7백4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을 비롯 LG전자 포항제철 한국전력 등이 1조원이 넘는 이익을 남겼다.

그러나 단순히 순이익규모만을 잣대로 투자하는건 무리다.

이들 회사가 좋은 것은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때 적용해야 할 잣대로 PER를 꼽는다.

PER가 낮은 기업의 주가가 상승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PER는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눠 구한다.

PER가 낮을수록 이익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같은 값이면 저PER주가 좋다는 얘기다.

대우증권은 4백39개 12월 결산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PER(3월24일 종가기준)를 산출했다.

이 결과 동부정밀의 PER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부정밀의 지난해 EPS는 8천6백90원,주가는 7천50원이다.

PER는 0.81에 불과하다.

웬만한 코스닥 종목의 PER가 100안팎에 달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저평가돼 있는지 알 수 있다.

동부정밀 외에 <>신광기업(0.84) <>흥아해운(0.85) <>코오롱상사(0.93) <>벽산건설(0.99)등의 PER가 1을 밑돌고 있다.

이밖에 중앙건설 조흥화학 코오롱 한창제지 금호석유 한라건설 한화 등이 대표적 저PER주로 꼽혔다.

대우증권은 PER가 낮은 기업중 성장성과 안정성을 갖춰 투자유망한 종목으로 조흥화학 창원기화기 삼익공업 한국단자 한섬 성도 한라공조 우신산업 유성기업 화신 계양전기 제일모직 새한정기 한국코아 화승알앤에이 중앙건설 등을 추천했다.

코스닥기업의 경우 판단의 잣대로 PER를 사용할 수는 없다.

성장성이 주된 판단의 기준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대우증권은 그러나 아무리 성장성이 강조되는 코스닥시장이라도 PER가 10이하인 기업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작년 실적을 기준으로 할때 PER가 10 이하인 코스닥기업은 삼우 카스 경축 무학 진로발효 등으로 나타났다.


<> 영업이익이 많은 기업도 주목의 대상이다 =기업들의 실적은 경상이익과 당기순이익에 요약된다.

그러나 경상이익은 기업의 내재가치를 왜곡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영업외이익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보유한 유가증권을 매각해 상당한 이익을 남겼거나,아니면 공장을 매각해 엄청난 특별이익을 냈을 경우 경상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늘어난다.

지분법적용으로 자회사의 순이익 좋으면 모회사의 이익도 증가한다.

최악의 경우 영업이익은 적자를 보더라도 특별이익이 많으면 순이익을 부풀려져 그럴듯한 회사로 포장될 수도 있다.

이같은 "숫자놀음"에 빠지지 않기 위해 짚어야할 잣대가 영업이익이다.

영업이익은 회사가 영위하는 영업에 의해서만 창출한 이익을 말한다.

따라서 회사의 안정성과 성장성을 두루 살필 수 있는 지표가 된다.

대우증권은 매출액에서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인 매출액영업이익률이 높은 상위 30개사를 추출했다.

이 결과 조흥화학 하이트맥주 대원제약 대구은행 신풍제약 흥창 전기초자 자화전자 두산포장 신광기업 등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자사주소각기업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상장기업들 사이에 나타나는 유행은 "자사주 매입후 소각"이다.

작년에 벌어들인 엄청난 이익으로 자기주식을 사들여 아예 없애는 것이 자사주 매입후 소각이다.

이렇게 될 경우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이 적어져 그만큼 주당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대량의 자사주를 소각하는 기업의 주가는 어느 때인가는 오르게 마련이다.

자사주소각을 발표하는 기업의 주가추이를 주시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번 주총을 전후해 자사주 매입소각을 확정한 기업은 새한정기 담배인삼공사 쌍용중공업 현대전자 등이다.

증권사중에서도 LG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등이 자사주소각을 검토하고 있다.

갈수록 주주우선 경영풍토가 강화되고 있는 데다 기업들의 이익잉여금이 상당한 점을 감안하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기업이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자사주 소각에 나서는 기업들을 꼼꼼히 챙기는 게 필요하다.

다만 투자시점을 판단할 때는 실제 자사주 매입 소각에 나서는 시점이 언제일지를 알아둬야만 한다.

하영춘 기자 hayoung@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