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증권 음악 등 사이버공간에도 실물세계와 유사한 서비스가 생겨나면서 전문직종 종사자들이 경력은 살린채 활동무대만 사이버공간으로 바꾸는 "말 바꿔 타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다양한 전문직업인들은 인터넷이 피할 수 없는 대세로 다가오는 상황을 인식하고 각자의 영역에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고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카피라이터가 웹카피라이터로,머천다이저(MD)가 사이버MD로,음반제작자가 웹음악기획자로 애널리스트가 사이버증권분석가로 옮겨가는 등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대이동이 시작되고 있다.

<>실물세계에서 사이버공간 속으로=광고기획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박현주씨는 최근 오케이캐시백의 쇼핑몰사이트인 쇼핑오케이(www.shoppingok.co.kr)로 자리를 옮겼다.

웹카피라이터로 채용된 박씨의 역할은 구미를 당기는 문구로 쇼핑몰을 방문한 네티즌들의 클릭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랜드의 생활용품전문점 "모던하우스"의 머천다이저로 7년동안 일하던 김소정씨는 지난해 8월부터 삼성몰의 생활용품 MD로 변신했다.

김씨는 실물매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삼성몰 사이버 생활용품매장의 상품기획부터 영업,재고관리까지 책임진다.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음악코너를 맡고 있는 정규철씨도 삼성영상사업단에서 음반제작기획을 맡다가 사이버공간의 유사한 직종으로 자리를 옮긴 경우다.

현재 앨범순위,음반리뷰,음악관련 이벤트,뉴스 등의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있으며 동호회도 관리하고 있다.

인터넷방송국 디지캣 방송채널의 "클럽메가댄스"코너 사이버자키인 안수범 팀장도 다운타운의 DJ로 활동했었다.

애널리스트도 사이버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

삼성증권 애널리트로 3년동안 일한 김재윤씨는 미래랩이 최근 문을 연 금융정보사이트 스톡노트(www.stocknote.co.kr)로 자리를 옮겼다.

<>사이버공간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들은 동일한 직종으로 자리를 옮기더라도 실물세계와 사이버공간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웹카피라이터인 박씨는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려면 그들의 말투,취향을 알아야 한다"며 "이를위해 10,20대들이 모이는 채팅방에 자주 접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몰의 김대리도 "사이버쇼핑몰에서는 실물매장에서처럼 소비자들의 반응을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없다"며 "주말마다 시장이나 백화점에 들려 현장감각을 익히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사이버 공간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 실물세계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사람들이 중도에 탈락하는 경우도 많다.

실시간 메신징 서비스업체인 디지토에서는 소프트웨어 디자인을 위해 명문대 출신의 미술전공자를 뽑았지만 대부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에 퇴사하고 말았다.

네티즌 취향을 고려한 웹디자인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실물세계에서의 경험과 인터넷에 관한 이해가 함께 갖추어질때 사이버공간에서 직업인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송대섭 기자 dssong@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