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정책기조 >

한나라당의 공약이 현실적합성과 실현 가능성면에서 타당보다 앞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정치논리에 경제정책이 휘둘리는 것을 막고 법적 절차에 따라 단계적으로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제1야당의 주장이 정부의 개혁추진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제대로 짚었다.

이에 반해 "3%이내 물가와 한자릿수 금리"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민주당 공약은 국제유가 상승 등 물가상승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게다가 "외환보유고를 1천억달러 이상 확충하겠다"는 제안은 단기외채 비중 등을 도외시 한채 외환보유고만을 중요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한편 공약의 참신성 측면에서는 여당인 민주당이 후한 점수를 얻었다.

단기성 국제투기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에 대비, 국제금융정책 협조체제를 마련토록 하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새로운 경제정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비판을 위한 비판"에 머물러 신선한 아이디어 제시면에서는 미흡했다.

자민련의 2010년 G9국 진입, 사이버무역관련 특별법제정 등은 참신성이 다소 인정됐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아 "장밋빛 공약"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 재정 >

재정부문 역시 한나라당이 현실을 보다 냉철히 직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국가부채와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국가부채감축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국가부채관리전담기구"를 설립하겠다는 공약은 시의적절하다.

그러나 예산제도개혁을 통한 예산절감이나 과세기반 확충 등과 같은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체성은 떨어졌다.

민주당과 자민련이 내놓은 "2004년 균형재정 달성" 공약은 현재의 재정적자 및 국가채무 규모를 감안할 때 적합성이나 실현가능성 면에서 문제가 있다.

경기순환과정에서 현재의 상승국면이 올 하반기에 끝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고 금리인상 가능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균형재정을 달성하기 위해 자민련이 제시한 주요 국책사업의 사전평가기능 강화, 정책 및 평가 실명제 도입 등은 긍정적인 점수를 얻었다.

< 금융 >

민주당은 참신성에서, 한나라당은 현실적합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두 당이 동점을 이뤘다.

"선진적 금융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요지의 민주당 공약은 급변하는 국내외 금융시장 여건을 감안할 때 상당히 미래지향적이다.

특히 전자금융거래관련 제도정비와 자산건전성 평가시행, 금융그룹에 대한 총신용공여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은 새롭고 설득력있는 정책으로 호감을 샀다.

그러나 금융구조조정 의지가 보이지 않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민주당의 "신용위험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주장에 대해 "관치금융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예금보험공사나 금융기관 단체가 정보를 관리토록 하자"는 한나라당 공약은 후한 점수를 받았다.

동일한 맥락에서 금융감독기관 등 정부기관 출신은 퇴직후 5년내 금융기관 취업을 금하겠다는 공약도 관치금융청산이라는 기본방향에 충실했다.

다만 내년부터 실시되는 예금보험한도를 2천만원에서 4천만원으로 상향조정한 한나라당과 자민련 주장은 재원마련 문제 등으로 인해 실현 가능성면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 조세 >

조세부문에서는 타당에 비해 실현 가능성 높은 공약을 제시한 민주당의 정책이 돋보였다.

중고차에 대한 세부담 완화를 제외하고는 세수결손이 예상되는 공약을 제시하지 않은게 주효했다.

중고차의 세부담 완화도 자동차보유세의 부담이 높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으로 적절한 공약제시로 평가됐다.

하지만 조세부문 공약은 "재탕 삼탕식 단골메뉴"여서 참신성 항목에서는 최하위 점수를 기록했다.

한나라당은 조세감면 공약이 빈약해 현실적합성면에서 낮은 점수를 얻었다.

또 일반택시 부가가치세 감면 연장은 7백억~8백억원 정도 재원이 필요하다면서도 구체적 재원은 밝히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 것으로 평가됐다.

자민련 역시 특징적인 점은 눈에 띄지 않고 다만 기업 준조세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부담금관리법 제정은 다소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다.

< 구조조정 >

현실적합성면에서 한나라당이 민주당을 월등히 앞질러 전체 평점은 한나라당의 판정승이다.

공기업 매각대상을 외국인으로 제한하는 정책을 중지해야 한다는 한나라당 공약은 외환위기가 어느정도 극복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민주당은 정부개입에 의한 구조조정에 보다 중점을 둠으로써 현실적합성면에서 점수가 낮았다.

비록 민주당이 시장중심의 자율적 구조조정을 외치지만 재벌그룹을 핵심역량위주로 전문화한다는 공약제시는 빅딜정책에서 나타난 문제의 소지를 여전히 안고 있다.

자민련의 경우 대부분 구조조정을 법의 제정같은 하드웨어적 처방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적합성이 떨어진다.

또 총리실 산하에 공적자금회수 특별기구 설치 등도 실현가능성이 낮아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 정리=김병일 기자 kbi@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