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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석] '춘궁기' .. 남북이산가족 아픔 끝나지 않은 춘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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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릿고개.

    참으로 넘기 힘든 고개였다.

    작년에 거둔 곡식은 진작에 바닥났지만 밭의 보리는 도무지 여물줄 몰랐다.

    겨우 물만 밴 보리이삭으로 죽을 쑤어 굶주림을 달랬던 초봄 농가의 보릿고개는 고달프기 짝이 없었다.

    문예진흥원 우수 레퍼토리로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중인 "춘궁기"(극단 미추,박수진 작.강대홍 연출)는 한반도에 남아있는 정신적 곤궁함을 그 옛날 춘궁기에 포개어낸다.

    허리잘린 남과 북,황폐해가는 농촌,개발이라는 이름아래 짓밟힌 자연...

    가족을,이웃을,삶의 터전을 빼앗긴채 마음의 허기짐에 비틀거리는 이들에게 춘궁기는 끝나지 않는 시련이다.

    무대는 강원도의 산골마을 와룡리.

    순박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와룡리엔 흉흉한 일들이 겹친다.

    석달째 비한방울 내리지 않아 논밭은 갈라터진지 오래다.

    뒷산에서는 당국이 산을 깎아 길을 내기로 한 후 사냥허가를 내준 바람에 귀를 찢는듯한 총성이 끊이지 않는다.

    큰할매의 가슴엔 40년전 함께 월남하던 중 다리에 총상을 입고 북에 처진 남편과 가슴에 총을 맞고 죽어간 어린 아들이 아롱진다.

    같은시간 북에서는 할아버지가 손녀 분희를 남으로 떠나보낸후 목숨을 끊는다.

    동네청년들까지 사슴을 잡아 기우제 제물로 쓰겠다며 사냥을 나선다.

    쫓기는 사슴을 향한 응원은 그순간 국경수비대에 쫓기는 손녀 분희에 대한 응원으로 확장된다.

    사슴은 도망치지만 분희는 희생당하고 잃고 만다.

    극은 남과 북,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며 빠른 속도로 달려나간다.

    가슴저린 주제를 웃음에 녹여 뭉클하게 끌고가는 힘이 빛난다.

    자신을 알뜰살뜰 보살펴주는 동네 고영감의 마음을 모른척하는 할매에게 "40년간 딴소리만 하고 있네"라고 푸념하는 고영감의 목소리는 할매를 향한 애틋한 연정이자 서로 등돌린채 손을 마주잡지 못하는 남과 북에 대한 안타까움이기도 하다.

    동네처녀 이화를 짝사랑하는 노총각 우봉의 순정이나 별똥별에 비를 기원하는 동네청년들의 이미지는 아름다운 동화를 연상시킨다.

    솟대 두개만 덩그러니 놓인 무대는 조명과 소리만으로도 아름다운 농촌풍경을 펼쳐낸다.

    붉은 천 두장으로 산을 휘어 삼키는 불길을 만들어낸 장면은 압권이다.

    나이답지 않은 통찰력과 필치를 과시한 작가 박수진과 절제된 연출력을 보여준 강대환 콤비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오는 29일까지.

    (0351)879-3100

    < 김혜수 기자 dearsoo@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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