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이 금융개혁을 매듭짓고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려면 당장 15조~20조원의 공적자금을 더 넣어야 한다는 요구, 공적자금추가 투입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정부는 추가조성 없이 이미 투입한 자금을 회수해서 쓴다는 입장만 되풀이해 자칫 금융개혁을 실기할 가능성마저 우려된다.

20일 관련부처와 금융계에 따르면 공적자금 추가투입 요청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대한생명은 조기 경영정상화를 위해 자산부족분 1조5천억원을 더 채워줄 것을 원하고 있다.

서울은행도 1조8천억원은 받아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대한투신도 대우채손실, 펀드클린화(고유계정에서 펀드 부실 떠안기) 등으로 추가 공적자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상호신용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서민금융회사의 정리에도 올해 1조~2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제일은행의 풋백옵션(매각뒤 발생하는 부실채권 매입조건),대손충당금 추가적립 지원 등에 들어갈 돈은 아직 견적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다 정부는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서울보증보험에 올해 3조4천억원(7천억원은 지난 15일 투입), 내년 2조6천억원 등 6조원을 넣어야 한다.

또 수협중앙회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6% 이상으로 높여 주기 위해 4천6백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이는 예보를 거치지 않고 정부 현물출자로만 검토중이다.

달라는 손은 많지만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책정한 64조원의 공적자금은 이미 바닥난 상태다.

올 초 한국.대한투신에 들어간 3조원은 정부재정과 국책은행을 동원해서 별도로 마련해야 했다.

현재 남은 재원은 자산관리공사가 부실채권을 해외에 팔아 회수한 9조원 뿐이다.

이 돈으론 앞으로 합병 퇴출되는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을 사주기에도 벅차다.

예보는 부실금융회사의 증자를 지원하고 예금을 대지급할 재원이 사실상 수천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보측은 가용재원이 4조~5조원이라고 주장하지만 당장 나라종금의 3조4천억원에 달하는 예금을 대신 지급할 능력이 없음이 드러났다.

정부는 정책 우선순위를 따져 공적자금을 아껴쓴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은 최근 대형은행들의 자본확충 사정을 점검한 결과 은행들이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예보 관계자는 "위급한 상황(지급불능)이 생기면 자금을 투입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자금을 지원할 준비가 안돼 있다"고 말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정부가 총선영향을 의식해 공적자금을 추가 조성할 수 없다고만 말할게 아니라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과감히 2단계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작년까진 공적자금을 조기에 충분히 넣어야 오히려 싸게 먹힌다는 생각으로 일했는데 지금은 돈 안쓰는 해결방도를 찾다보니 금융개혁이 지지부진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형규.이성태 기자 oh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