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만의 대만 정권교체가 한국과 대만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려반 기대반"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려는 대만 독립 문제를 둘러싼 대륙과의 갈등이 고조될 경우 한.대만 관계가 미묘해질 가능성이 높다는데 기인한다.

반면 친한파인 천수이볜의 당선으로 한.대만간 경제교류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 정부 입장 =외교통상부는 19일 논평을 통해 "우리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며 대만과는 실질적인 관계가 발전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한국과의 단교를 직접 경험하지 않은 신정부가 들어서면 한.대만 관계에 보다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속단하기엔 이르지만 민진당이 형식외교보다 실질외교를 중시하고 있는 점도 양국간 관계개선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라는 설명이다.

중국과의 관계도 당분간 어느 정도의 기복과 긴장은 있겠지만 무력사태가 벌어질 정도로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이 관계자는 내다봤다.

천 후보가 대만독립을 주장하고는 있으나 실제로는 대륙에 대해 유화적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대만 국민들도 양안관계의 긴장을 바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 양안관계의 향배가 관건 =외교안보연구원 박두복 교수는 "천 후보의 당선은 한.대만관계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더욱 민감하게 만들 가능성이 커 한.대만관계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진영 고려대 교수도 "앞으로 2~3년간 대만과 본토간의 긴장관계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중.미관계에서도 갈등이 표면화될 경우 동북아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서 교수는 전망했다.

김연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양안관계의 긴장이 고조되면 4자회담의 두 당사자인 중국과 미국의 관계악화로 이어져 한반도 문제 해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양안간의 경제교류가 활발한 점 등으로 볼때 긴장고조가 중국의 무력사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 경제적 영향 =양안관계의 긴장에 따른 경제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오히려 한.대만간 경제교류가 늘어날 것으로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김재경 삼성중국본부 총괄본부장은 "천수이볜 총통당선으로 중국과 대만관계가 특별히 변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한국과 대만간 경제분야 보완관계가 더욱 커지는 등 긍정적인 면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만복 LG중국본부 상무도 "상사주재원들이 중국과 대만관계의 변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 보았으나 걱정할만한 징후는 발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치적 갈등이 양안간 경제교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경우 한국 기업이 반사적 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국내 종합상사 관계자는 "이번 선거결과가 한국기업들의 중국 시장확대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대만과 중국은 잠재적인 정치적 갈등의 가능성 때문에 직접교역이 가능한데도 대부분의 거래가 제3국을 통해 이뤄지는 간접무역 형태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결과가 홍콩의 자본과 대만의 기술력, 중국의 인적.물적 자원의 결합이라는 중화경제권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한국기업의 중국진출 여지가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한.중간의 국교 때문에 대만이 당장 한국기업과의 거래를 줄일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대만은 한국의 8대 수출시장의 하나이며 대만도 한국에 연간 30억달러 가량의 전기전자 부품 및 화학제품을 수출해온 주요 교역상대국이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이상형 중국팀장은 "대만은 최근까지 단교로 인해 정체된 경제.통상 등 민간차원의 교류재개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조달 사업과 관련한 한국기업의 응찰제한이나 차별적인 조세감면조치 등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이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김영근.서화동.이심기 기자 ykkim@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