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봄은 꽃과 사람, 축제에서 움튼다.

유채꽃과 매화가 자태를 드러내면 이들을 보기 위해 신혼부부 행렬이 이어지고 축제의 불꽃은 점화된다.

제주의 봄은 올해도 뭍보다 보름 정도 먼저 시작됐다.

유채는 어느새 섬 전체를 에워쌌다.

성산과 산방산이 주요 산지이지만 섬 어디서나 노란 유채가 한눈 가득 들어온다.

유채는 4월에 절정을 이루지만 매화는 요즘이 한창이다.

대표적인 서식지는 한림공원.

홍매와 백매가 이미 꽃을 활짝 피웠다.

능수버들처럼 축 늘어진 가지 위에 빨갛고 하얀 꽃이 벌어졌다.

올겨울엔 약간 추웠던 탓인지 예년에 비해 꽃이 좀 늦게 핀 편이다.

매화 근처에는 노란 수선화도 수줍은 듯 몽우리를 틔웠다.

뭍에선 4월에 피는게 보통이지만 이곳에선 이미 끝무렵이다.

가을부터 순이 나와 정월의 찬바람 속에 존재를 과시했다.

노란 영춘화, 새빨간 동백도 "개화잔치"에 동참했다.

꽃밭에 잠시 머물면 이내 향기에 취한다.

김대실 한림공원 식물부장은 "봄꽃은 향기가 진하다"고 말한다.

매서운 한기를 뚫고 세상구경을 나온 탓인가.

알코올 취기와는 달리 향기가 정신을 맑게 해주는 것은 다행이다.

"봄은 꽃피는 시절이요, 향기의 계절이다"

기행문장가로 이름 높은 소설가 정비석의 표현 그대로다.

제주의 꽃빛깔은 육지의 화색보다 더욱 선명하다.

맑은 공기와 풍부한 일조량 덕분이다.

목련꽃은 움튼 채 곧 벙긋해질 태세다.

덧나무와 생강나무에도 새순이 돋았다.

이들은 매화가 질 때쯤 꽃을 피워낼 것이다.

그러나 "열흘 붉은 꽃은 없다(花無十一紅)"고 했다.

꽃구경은 실기(失機)하지 않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요즘 제주 거리에서 맞는 바람은 연중 최고로 신선하다.

차지도 덥지도 않아 얼굴을 바람에 맡기고 숨을 한껏 들이켜고 싶도록 만든다.

바닷물도 더이상 을씨년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봄기운은 한라산(1천9백50m) 자락에도 완연하다.

산록에는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요란하다.

개구리와 오소리는 겨울잠에서 깨어났다.

족제비는 짝짓기에 나섰다.

산벚나무와 솔비나무 고로쇠나무엔 윤기가 흐른다.

산 아래쪽 복수초는 노란 꽃을 피웠다가 벌써 질 채비를 하고 있다.

해발 5백m 밑의 저지에 있던 눈은 녹아내렸다.

그 위의 고지대에는 잔설이 여전하다.

적설량은 2m까지 이른다.

먹잇감을 구하려는 노루들은 여전히 인가로 내려온다.

노루가족은 경계를 늦추지 않으면서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뿌려놓은 먹이에 입을 댄다.

산정의 백록담까지 등반이 허용된다.

관음사 코스와 성판악 코스 등 백록담으로 향하는 2개 등산로가 개방돼 있다.

아이젠과 방수복 방수화를 갖췄다면 정상에 도전해 볼 만하다.

제주의 봄은 인파에서도 확인된다.

제주도청에 따르면 제주 관광객은 올들어 지난 5일까지 60만여명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7% 늘어났다.

봄시즌에는 인파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관광객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신혼여행객들에게서도 봄내음은 진하다.

신혼여행객들은 팔짱을 끼고 거리를 다니거나 "커플룩" 복장으로 시선을 끈다.

조만간 막이 오를 축제행렬중 대표적인 것으로 "칠십리국제걷기축제"와 "제주유채꽃잔치" 등 두가지를 꼽을 수 있다.

걷기축제는 오는 25~26일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열린다.

자격제한 없이 모든 사람들이 참가해 10,20,30km 거리를 걷는 경기다.

참가자들은 정방폭포, 해녀의 집, 삼매봉 입구, 천지연폭포, 약천사 등의 코스를 거치며 제주 남부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제주유채꽃잔치는 다음달 22~23일 표선면 가시리 미래항공관 주변에서 개막된다.

유채꽃길관광마차 운행, 대록산 등반, 패러글라이딩, 고사리 꺾기 등 다양한 행사들이 마련된다.

제주=유재혁 기자 yoojh@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