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저널] '인사사슬'과 외교부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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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초 워싱턴을 방문한 이정빈외무장관은 워싱턴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외교부직원들이 승진이나 보직 등 보이지 않는 "인사사슬"에 묶여 전문성을 개발할 기회나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관련부처들과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인데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전문성이 강조되어야 할 외교부는 때때로 전문성을 감추고 살아야 할 때가 많다.
불어를 잘하는 외교관이 가고 싶은 자리는 프랑스대사관이나 구주국장자리다.
그러나 이런 자리는 몇 되지도 않는다.
결국 프랑스어라는 전문성 때문에 아프리카 오지로 떨어질 수 있다.
득이 되기보다는 불이익을 가져다 줄 공산이 더 큰 것이다.
스페인어 또한 마찬가지다.
장관 한번 해 보려면 미 중 일 등 4강 대사관을 거쳐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외교관들에겐 스페인대사관도 그리 좋은 자리는 아니다.
스페인어를 잘 한다고 떠들어대다가는 스페인어가 많이 쓰이는 남미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니 스페인어를 갈고 닦을 인센티브가 없다.
주한미국대사관의 리차드 크리스텐슨 부대사는 목포사투리에 능숙한 사람이다.
"정권이 바뀌니 TV에 호남사투리가 늘었어요"라는 농담을 하는 정도다.
개고기를 즐기는 미국인으로도 유명하다.
한국외교부와 미국외교부가 현저히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 장관은 "우리 외교는 냉전체제하에서 구축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을 의식하다보니 140여개나 되는 공관이 생기게 됐다는 뜻으로 읽을 수도 있고 시대가 변했으니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외교에 대공업무가 너무 무거운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요인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정보기관에서 워싱턴에 나와있는 사람들은 정통외교관을 나비넥타이로 부르는 반면 스스로를 소매치기로 비하한다.
그런데 이렇게 스스로를 낮추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대사님은 나비 넥타이 매고 고상한 연회나 참석하시고, 우리같이 소매치기들이 하는 일은 아예 알려고도 하지 마십시요"라고 둘러대기 위한 포석이다.
누구나 마찬가지지만,이들에게 정작 중요한 사람은 현지대사가 아니라 자기의 인사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서울의 높은 분이다.
이장관이 말하는 인사사슬 그것이다.
여성이었던 이인호대사에게는 보고도 제대로 하지 않고 뭔가 꾸미려다 러시아정부의 눈밖에 나 강제추방을 당한 조성우 전참사관은 그 대표적인 예다.
최근 필화를 입은 이장춘씨가 오스트리아 대사 재임 중 보고를 소홀히 하던 소매치기형 직원의 소환을 서울본부에 강력히 요청했던 일은 외교가의 유명한 얘기다.
워싱턴 대사관에는 정부 각 부처에서 나온 사람들로도 북적댄다.
그러나 이들 또한 현지사령관보다 서울에 높은 분의 일거수 일투족에 더 신경을 쓰며 인사사슬의 포로가 되어 있다.
워싱턴 공관은 100명도 채 못되는 조직이지만 외교부,정보요원,파견관,공보관 등으로 갈려, 팀웍이 뭔지 모르고 사는 조직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우리의 상품값을 제대로 받으려면 소비자들에게 우리의 좋은 이미지를 심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대외홍보만큼 중요한 기능도 없다.
이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공보관실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좋은 정보가 많아야 가능하다.
사람들이 찾는 것은 결국 정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사관내 정보 편재와 독점현상은 이를 허락치 않는다.
결국 미국기자들이 외면하는 공보관실은 죽은 공보관실이나 다름없다.
시대가 바뀌었다.
나비넥타이를 매야하는 경우도 거의 없지만 소매치기라는 기능도 많이 축소됐다.
이제 외교무대는 상품전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외교관들이 "나비넥타이와 소매치기"식 사고 그리고 인사사슬에 묶여 있는 한,우리 외교부 개혁은 영원한 숙제로 남게될 지 모른다.
워싱턴 특파원 양봉진 bjnyang@aol.com
이를 개선하기 위해 관련부처들과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인데 "호의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전문성이 강조되어야 할 외교부는 때때로 전문성을 감추고 살아야 할 때가 많다.
불어를 잘하는 외교관이 가고 싶은 자리는 프랑스대사관이나 구주국장자리다.
그러나 이런 자리는 몇 되지도 않는다.
결국 프랑스어라는 전문성 때문에 아프리카 오지로 떨어질 수 있다.
득이 되기보다는 불이익을 가져다 줄 공산이 더 큰 것이다.
스페인어 또한 마찬가지다.
장관 한번 해 보려면 미 중 일 등 4강 대사관을 거쳐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외교관들에겐 스페인대사관도 그리 좋은 자리는 아니다.
스페인어를 잘 한다고 떠들어대다가는 스페인어가 많이 쓰이는 남미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니 스페인어를 갈고 닦을 인센티브가 없다.
주한미국대사관의 리차드 크리스텐슨 부대사는 목포사투리에 능숙한 사람이다.
"정권이 바뀌니 TV에 호남사투리가 늘었어요"라는 농담을 하는 정도다.
개고기를 즐기는 미국인으로도 유명하다.
한국외교부와 미국외교부가 현저히 대비되는 대목이다.
이 장관은 "우리 외교는 냉전체제하에서 구축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을 의식하다보니 140여개나 되는 공관이 생기게 됐다는 뜻으로 읽을 수도 있고 시대가 변했으니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외교에 대공업무가 너무 무거운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요인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정보기관에서 워싱턴에 나와있는 사람들은 정통외교관을 나비넥타이로 부르는 반면 스스로를 소매치기로 비하한다.
그런데 이렇게 스스로를 낮추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대사님은 나비 넥타이 매고 고상한 연회나 참석하시고, 우리같이 소매치기들이 하는 일은 아예 알려고도 하지 마십시요"라고 둘러대기 위한 포석이다.
누구나 마찬가지지만,이들에게 정작 중요한 사람은 현지대사가 아니라 자기의 인사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서울의 높은 분이다.
이장관이 말하는 인사사슬 그것이다.
여성이었던 이인호대사에게는 보고도 제대로 하지 않고 뭔가 꾸미려다 러시아정부의 눈밖에 나 강제추방을 당한 조성우 전참사관은 그 대표적인 예다.
최근 필화를 입은 이장춘씨가 오스트리아 대사 재임 중 보고를 소홀히 하던 소매치기형 직원의 소환을 서울본부에 강력히 요청했던 일은 외교가의 유명한 얘기다.
워싱턴 대사관에는 정부 각 부처에서 나온 사람들로도 북적댄다.
그러나 이들 또한 현지사령관보다 서울에 높은 분의 일거수 일투족에 더 신경을 쓰며 인사사슬의 포로가 되어 있다.
워싱턴 공관은 100명도 채 못되는 조직이지만 외교부,정보요원,파견관,공보관 등으로 갈려, 팀웍이 뭔지 모르고 사는 조직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우리의 상품값을 제대로 받으려면 소비자들에게 우리의 좋은 이미지를 심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대외홍보만큼 중요한 기능도 없다.
이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공보관실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좋은 정보가 많아야 가능하다.
사람들이 찾는 것은 결국 정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사관내 정보 편재와 독점현상은 이를 허락치 않는다.
결국 미국기자들이 외면하는 공보관실은 죽은 공보관실이나 다름없다.
시대가 바뀌었다.
나비넥타이를 매야하는 경우도 거의 없지만 소매치기라는 기능도 많이 축소됐다.
이제 외교무대는 상품전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외교관들이 "나비넥타이와 소매치기"식 사고 그리고 인사사슬에 묶여 있는 한,우리 외교부 개혁은 영원한 숙제로 남게될 지 모른다.
워싱턴 특파원 양봉진 bjnyang@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