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이 골프를 쳤다.

공교롭게도 그들은 모두가 초면.

A는 그 골프장의 터주대감격인 로핸디캡 골퍼였고 B는 항상 75타 이내를
친다는 레슨프로.

그리고 C는 그들보다 한 수 처지는 느낌의 평범한 고수중 한명이었다.

첫홀에서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우선 A-"컨디션이 별로 안좋지만 여긴 홈그라운드.

잘친다는 사람들치고 듣던것 만큼 스코어내는 사람 없더라.

골프세계는 늘 그 모양 아닌가"

B-"아마추어인 이들에게 뭘 한수 가르칠까.

거 참 날씨가 오랜만에 따뜻해 좋군"

C-"동반자들이 너무 쟁쟁하다.

듣자하니 펄펄 나는 사람들 같은데 오늘 창피는 당하지 말아야지.

거기다 이곳은 처음 와보는 코스.

이걸 어쩐다"

그들은 그럭저럭 첫 그늘집에 다다랐다.

그들은 "넉넉한 표정"으로 환담했지만 속마음은 공히 불편했다.

"파보다 보기가 많은" 첫 5개홀 스코어에 만족하는 싱글들은 없는 법.

퍼팅에 일가견이 있다던 사람은 3퍼팅이 속출했고 OB가 연중행사라던
골퍼는 OB도 한방 냈다.

그들은 다시 "이제부터 골프 좀 쳐보자"며 볼을 날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지막 그늘집에 다다를때 까지도 그같은 패턴은 변하지 않았다.

고수들답게 허허 웃으며 페어웨이를 걸었지만 "풀리지 않는 게임"이
이상하기만 했다.

18홀이 끝난후 마지막 승자는 "그날 라운드를 가장 걱정하던" C로 판가름
났다.

라운드후 맥주 한잔하면서 그들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역시 골프는 겸손하게 쳐야 한다.

가장 뒤처질 것 같았던 C의 승리는 그만큼 준비를 했고 또 매샷을 조심
스럽게 쳤다.

조심스러운 것은 자칫 중압감으로 이어질수 있지만 그게 잘 풀리면 무리한
샷을 방지하는 골프가 된다.

C는 난생 처음 가보는 코스에 대비, 미리 인터넷을 뒤지며 공부까지 했다.

그런 겸손함에 곁들여진 조용한 투지가 바로 C의 승인이다"

싱글핸디캐퍼나 보기플레이어나 이같은 결론은 공히 부합될 것이다.

< 김흥구 객원전문위원 hksky@golfsky.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