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면과 성실의 표상이시며 경륜과 지혜의 사표이신 단암 이필석 회장님.

청천벽력같은 부음에 그저 망연자실할 따름입니다.

비록 병석에 누웠다고는 하나 워낙 타고나신 건강과 당당하신 기풍으로
인하여 병마쯤이야 감히 극복하고 다시금 큰 업적을 이루시리라고
믿었습니다.

또 그 강건하심이 천수만수는 바랄수 없더라도 백수는 무난히 넘기시리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믿어지지 않는 비보를 접하고 급히 달려간 우리들은 허무를 어디에
비할 수 없고, 다만 인생 운명의 가혹함을 절감하며 이제 영영 돌아올 길
없는 당신의 영전에 엎드려 통곡합니다.

처음이 있으면 끝이 있고,출생이 있으면 죽음이 있는 것이 어길 수 없는
속세의 철칙이기는 합니다만, 단암께서 그토록 사랑하시던 그 많은 이들을
남겨두신 채 어찌 이다지도 총총히 떠나실 수가 있단 말입니까.

회자정리가 인생의 철리련만 단암을 보내는 우리들의 슬픔이 이토록 큰 것은
아직도 단암의 할 일이 더 많이 남았고, 헤쳐나가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은
오늘이 현실에서 단암의 탁월한 통찰력과 혜안을 더 이상 구할 수 없게 된
까닭이겠지요.

단암.

당신과는 서울상대 전신인 경성고등상업학교에서 동기생으로 첫 인연을 맺은
이래 오늘날까지 우리나라 경제의 부흥과 성장 과정에서 뜻을 같이하며 함께
일해 온 평생동지였습니다.

게다가 서로의 자식을 나누어 사돈지간을 맺었으니 이보다 더 진한 인연도
드물 것이라 생각됩니다.

단암은 학창시절이나 사회에 나와서도 항상 좋은 벗이었고 때로는 믿음직한
길잡이이기도 했습니다.

격동의 한국현대사를 살아오는 동안 은행계 보험계 실업계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면서 개인적 가정적 사회적으로, 폭 넓은 성취를 이룩하며 남기신
큰 발자취의 근저에서 우리는 인내와 용기 그리고 근면과 성실을 신조로 했던
단암의 인생훈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지요.

특히 실업계에 투신해서는"성공하는 자는 어떠한 난관이 닥치더라도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이를 극복하고 결국에는 목표를 달성해 낸다"는 신념의 경영을
통해 국제화재해상보험을 이 나라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공신력과 견실한
경영으로 정평이 나있는 보험회사로 만드셨습니다.

그러나 평생의 그 많은 업적들보다도 단암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당신의
인간적인 체취라고 감히 말하겠습니다.

항상 바쁘게 지내는 일상속에서도 주위에 베푼 사랑과 정리는 혈육의 정을
느낄만큼 가슴 뭉클한 것이었습니다.

단암장학재단을 설립하여 서울상대 후배들의 학업을 도우셨으니, 그 은혜를
입은 수많은 이들에게 그늘짙은 거목으로 남아 계실것입니다.

잠시도 흐트러짐없이 평생을 살아온 단암, 언제나 멀리보고 깊이 생각하고
사려깊게 말하던 그 지식, 그 지혜, 그 단아한 모습과 차분한 목소리를
어디서 다시 만날까요.

다행스럽게도 남달리 축복받은 행복한 가정, 훌륭히 장성한 두 아들과 딸이
단암의 미처 못다한 일들을 이루어 놓을 것입니다.

하늘나라에 가신 영령께서는 이승의 역정이 빛나는 생애였음을 회상하며
명목하시기를 바랍니다.

님이시여, 부디 평안히 잠드소서.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