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이번 유럽 순방기간 동안에 무려 51억달러를 유치해 현지
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프랑스 르몽드지는 8일자 김 대통령 특집기사에서 "김 대통령은 장사를
했어도 잘했을 사람"이라고 보도했다.

김 대통령은 대한투자에 확답을 피하는 리오넬 죠스팽 프랑스 총리에게
"유럽순방 길에 오르면서 국민들에게 세일즈외교를 하고 오겠다고 말했는데
결실이 있어야 한다"고 다그쳐 그 자리에서 "대답"을 얻어냈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프랑스 기업인들과의 모임에서는 "한국 내에서 사업을 잘해
돈을 많이 벌어 세금만 많이 내면 한국정부는 여러분을 적극 지원할 것"
이라고 말해 참석한 기업인들의 웃음과 박수를 함께 받아내기도 했다.

김 대통령이 이탈리아와 프랑스 독일 기업인들을 상대로 한국 투자를 설득
하는 논리는 크게 다섯가지다.

첫째 한국 정부와 국민은 경제를 살려낼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설명한다.

한국에 투자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것이다.

둘째는 한국 국민의 높은 교육열을 들고 있다.

한국 국민의 62%가 대학에 진학한다는 점을 예로 들면서 양질의 근로자들이
있는 한국을 투자지로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셋째는 김 대통령이 평소에 자주 쓰는 한국인은 신명이 많은 국민이라는
논리다.

유럽 사람들은 이 점을 매우 흥미롭게 생각한다.

넷째는 남북긴장 완화이다.

한반도가 불안해 투자하지 않았던 유럽기업인들에게 햇볕정책으로 남북한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안정됐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이 지정학적으로 기회의 나라라는 논리다.

과거 제국주의 시대에는 한반도가 병탐의 대상이었으나 이제는 중국 러시아
등의 거대시장을 바로 이웃에 둔 나라라는 것이다.

이런 김대통령의 "투자유치" 논리에 대해서 외국 기업인들은 공감을 표시
하고, "지도자의 철학이 한국투자의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탈리아의 루이기 이페르티 텍힌트사(의류제조) 사장은 "김 대통령의 말을
직접 듣고 그동안 검토해온 한국 투자계획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유럽의 "장사꾼"들이 "세일즈 맨 김대중"의 연설을 들은 뒤 기립박수를
보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파리=김영근 기자 yg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