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들이 주가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코스닥 시장에 비해 거래소 시장이 상대적으로 외면을 받으면서 주가가
지나치게 하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업실세에 비해 저평가된 주가는 회사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직원들의 사기도 크게 떨어뜨린다고 보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
주가 떠받치기에 나서고 있다.

자사주 소각, 임직원의 주식매입 등 상장사들의 주가관리 백태를 분석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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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말 새한정기가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데 이어 현대자동차가 자사주
소각을 실시키로 했다.

현대자동차의 결정은 여타 상장사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자사주 소각이 적극적 주가관리 기법의 하나로 뿌리내릴 전망이다.

현대차는 현대그룹의 중핵을 이루는 상장사인데다 거래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그 파급효과는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 소각에 소극적인 다른 상장사들에 신선한 자극제가 될 수 밖에
없다.

<> 자사주 소각 늘어난다 =새한정기는 7백25개 상장사중 처음으로 총발행
주식수의 5%에 해당하는 16만2천주의 자사주를 소각키로 했다고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새한정기의 김명호 관리본부장은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이후 한화석유화학
제일화재 포철 등 서너개 상장사로부터 문의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이들은 자사주 소각절차상의 문제, 채권자 설득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물어 왔다"며 "자사주 소각기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 덧붙였다.

현대차가 자사주 소각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새한정기가 동일한
조치를 내놓은 이후 1주일여만이다.

뿐만 아니다.

현대그룹의 중추기업인 현대자동차가 나선 이상 다른 현대그룹사들 역시
이에 동참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른 그룹사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공산이 크다.

실제 삼성전자나 담배인삼공사 등은 자사주 소각계획을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 자사주를 취득했거나 자사주를 취득할 예정인 상장사들이
주식소각을 실시할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자사주를 취득하고 소각할 만큼 재원이 풍부한 것은 물론 재무구조가
탄탄한 상장사들은 투자자들에게 주요 관심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 자사주 소각의 이점 =자사주 소각은 미국 등 선진국 상장사들이 활용
하는 주가관리 기법이다.

증권거래소 국제업무실의 김유경 박사는 "미국 상장사의 경우 분기마다
배당을 하고 있다"며 "고율배당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없을 때 자사주 매입
이나 자사주 매입후 소각을 통해 주가를 적절하게 관리한다"고 말했다.

최운열 증권연구원장은 "자사주 소각은 내재가치에 비해 자사의 주가가
현저히 저평가돼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라며 "국내 증시의 경우 유상
증자 물량이 많아 자사주 소각이 유효한 주가관리 기법으로 정착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 원장은 "세계 굴지의 자동차회사인 미국의 GM은 과거에 총자본의 40%를
동원해 자사주를 매입한 적이 있다"며 "국내 기업도 재무구조에 큰 악영향이
없다며 자사주 소각을 적극 활용해 볼만 하다"고 강조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주당순이익(EPS)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새한정기의 경우 3백23만9천4백40주에 달하는 총발행주식수중 16만2천주의
자사주를 소각하면 지난해말 현재 2천7백98원인 주당순이익이 3천원 정도로
높아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수가 줄어들어 주가움직임도 훨씬 가벼워진다.

지난달 28일 당일 새한정기가 자사주를 소각했다고 치자.

이날 8백54억원이었던 싯가총액은 8백12억원으로 줄어든다.

그러나 27일 싯가총액인 7백45억원보다는 여전히 많다.

자사주 소각에 따른 주가상승 효과가 더 컸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다.

다만 자사주 소각으로 자본금이 감소하면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그러나 당초에 부채비율이 낮은 경우 큰 부담이 되진 않는다.

< 김홍열 기자 come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