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장과 벤처업계를 주시하는 정부의 시각에 미묘한 기류변화가
엿보인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지금까지 정책의 큰 틀이 변할 것이라는 언급은 없다.

조만간 벤처정책의 기조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 같은 분위기도 아니다.

그러나 코스닥으로 시중자금이 집중되고 일부 벤처기업이 기술개발을 위해
지원받은 정책자금을 엉뚱한 곳에 쓰는 등 부작용도 빚어지면서 정부당국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과열분위기와 한탕주의를 경계하고 있다.

그렇다고 섣불리 나설 수도 없는 형편이다.

실업해소 등 뉴밀레니엄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육성키로 한 벤처.중소기업
부문에 자칫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아직까지는 겉으로만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 이상 과열에 긴장하는 정부 =정부가 코스닥과 벤처쪽에 예의주시하는
것은 크게 봐서 두가지 현상 때문이다.

먼저 코스닥과 아직 싹도 제대로 트지 않은 벤처부문에 자금이 과도하게
집중된다는 점이다.

코스닥증시는 잇달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안정성도 위협받지만 이로 인해 기존의 증권거래소가 시장
기능을 잃어갈 지경이 됐다.

거래소가 증권시장 구실을 못하면 기업자금의 형성과 조달이 제대로 안되고
전통적인 "굴뚝산업"을 포함, 비벤처 기업들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거래소 시장이 주저앉으면서 증시에서 일반인들의 손실과 심리적 박탈감도
커져 간다.

정부로서는 또다른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현상이다.

반면 코스닥.벤처 분야에는 인력과 자금이 동시에 몰리면서 별천지가
벌어지는 분위기다.

일부 제한적인 경우라고는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몇백억원대의 신흥 벤처
갑부가 속출한다.

이 와중에 일부 벤처기업은 높은 공모가로 코스닥 등록 그 자체가 목표가
되면서 밀려오는 자금에만 눈을 돌리고 기술개발은 뒷전이라는게 정부의
분석이다.

심지어 정부의 정책자금으로 연구개발대신 다른 사업에 투자에 나서는 등
옥석이 뒤섞히면서 도덕적 해이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 아직까지는 구두 경고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는게 정부당국 입장
이다.

벤처쪽의 이상열기도 문제지만 거래소시장이 더 위축되면 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을 위해 지난 2년간 피땀흘린 것이 자칫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벤처기업인들이 모인 자리
에서 "벤처인들 스스로가 투명하고 책임있는 경영을 하라"고 촉구했다.

이 장관은 그렇지 못할 경우 규제를 가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국세청에서도 벤처기업의 행태를 다각도로 뜯어보고 있다.

벤처기업인들중 일부는 과거 "구악 기업인" 행태를 보인다는게 국세청의
분석이다.

기획예산처에서도 벤처에 대한 정부지원이 넘칠 경우 세금낭비에다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중기재정계획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다.

<> 정부의 딜레마 =올해중 1만개, 2002년까지 2만개, 2005년까지 4만개의
벤처.중소기업을 키우겠다는게 정부 전략이다.

대기업이 전면에 나선 과거정책에서 벗어나 경제의 기본틀을 바꿔 나가는
작업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벤처.중기는 5천개가 채 못된다.

분위기를 바로 잡겠다는 의욕이 새 농장을 망칠 수 있다는게 당국자들의
고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경부가 벤처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을 줄이려는 등
과열기운을 식힐 방안을 모색중이다.

< 허원순 기자 huhws@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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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벤처관련 주요 발언 ]

<> 이헌재 재경부장관 =벤처인들 스스로 투명하고 책임있는 경영을 하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외부로부터 규제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벤처리더스 클럽
초청 강연)

<> 안정남 국세청장 =벤처기업중 정책자금을 다른 곳에 쓴 혐의가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다각도로 예의 주시하고 있다(기자와 만나)

<> 김성호 서울지방국세청장 =벤처창업뒤 정책자금을 변칙 유용하거나 무단
휴.폐업하는 경우 세무조사 하겠다(바른경제동인회 주최 간담회)

<> 성소미 KDI 연구위원 =벤처에 대한 정부지원이 과도하면 세금낭비,
벤처기업과 투자자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한다. 코스닥시장 건전성을 제고
해야 한다(기획예산처 중기재정계획 정책토론회 주제발표)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