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해외점포중 절반 이상이 적자를 내 해외점포 운영이
여전히 방만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28일 작년 해외에서 영업을 한 국내은행 1백11개 점포(지점과
현지법인)중 56개(50.5%)가 총 9억6천1백만달러의 적자를 냈다고 발표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98년(12억9천6백만달러)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밑지는 장사를 한 셈이다.

은행별로는 한빛은행 해외점포들이 가장 많은 3억8천3백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밖에 외환(2억1천2백만달러) 조흥(1억8천만달러) 기업(7천3백만달러)
신한(5천1백만달러) 주택(4천9백만달러) 산업(4천6백만달러) 국민(2천만달러)
은행 등의 해외점포들도 적자를 냈다.

국민 주택은행은 상대적으로 적은 해외점포(각각 8, 4개)를 보유해 적자
규모는 한빛 외환은행 등보다 작았지만 적자점포의 비율이 75%로 가장
높았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합병과정에서 숨겨진 부실을 떨어내고 대우와 관련된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았기 때문에 적자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대외신인도가 높아져 조달금리가 떨어지는 등
수지여건이 개선됐는데도 적자규모가 크게 줄지 못한 것은 다소 의외"라면서
"새로운 자선건전성 분류기준 도입에 따른 추가적인 대손충당금 적립부담이
원인이 된 것 같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의 현지법인과 교포 등 충분한
수요기반을 가지고 있는 지역에 진출한 해외점포가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은
비정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은행들은 대우라는 돌발변수 탓이라고 변명하지만 사실 한정된 파이
(국내기업 현지법인이나 교포)만을 놓고 안일한 경쟁을 벌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상품력이나 서비스면에서 해외 금융회사들의 경쟁력을 못따라가는 반면
특정지역 교포나 국내기업 자회사를 놓고 경쟁적으로 해외에 진출했기 때문
이라는 지적이다.

< 박민하 기자 hahah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