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카드회사들의 매출이 급증하면서 그동안 신용카드업의 독보적인
아성을 구축해온 은행계 카드회사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 매출(취급액)은 12개 은행연합체인
비씨카드가 1위를 지켰으나 그동안 줄곧 2위를 고수해온 국민카드가
전문계인 삼성과 LG에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비씨카드는 지난해 신용판매와 현금서비스를 합해 모두 34조3천8백억원의
매출을 기록, 98년 대비 36.6%의 증가율을 보였다.

국민카드는 31.4% 늘어난 13조9천1백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59.1% 성장한
14조9백억원의 삼성카드와 67.4% 증가한 14조1백억원의 LG캐피탈에 뒤졌다.

이처럼 전문계 카드회사가 은행계를 추월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같은 전문 카드회사들의 약진은 은행계와 차별화된 상품개발과 적극적인
마케팅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업체들은 "Luck2U"(삼성카드), "2030" "Lady"(LG캐피탈) 등 성별 및
직업별로 세분화된 제품을 잇따라 개발, 특정 고객층의 니즈를 맞추는데
주력해왔다.

또 전문계의 경우 3천여명 정도의 모집인을 두고 공세적인 회원확보
전략을 펴온데 반해 은행계는 상대적으로 이들 부분을 소홀히 해온 것으로
지적된다.

이와 함께 은행 점포망을 전문계 카드회사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면서
오히려 전문계가 약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들은 전문계 카드사로부터 건당 1천원씩 받고 고객들이 은행 ATM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문 회사들은 취약점인 영업망에서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앞으로도 전문계의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따라서 은행계는 금리면에서 유리한 점을 활용, 어음을 대신할 수 있는
사업자 대상의 물품구매카드 발급에 주력한다든가 주부 학생 등 비소득자를
겨냥한 신상품 개발 등의 특화된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또 비씨계열내 일부 대형은행의 경우 독자노선을 걸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제품이 나오는 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 김화주 기자 heewoo@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