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도시의 DNA를 바꾸자 .. 이재규 <대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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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규 < 대구대 교수 / 경영학 >
바흐는 서양 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바흐의 가계에는 부친을 비롯 형과 동생을 포함해 무려 20여명에 가까운
음악가가 있었다.
바흐의 가계에는 음악을 잘 하는 유전자가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헤밍웨이의 딸인 패션 모델 마고 헤밍웨이가 최근 자살했다.
헤밍웨이 가계에는 헤밍웨이 자신과 그의 아버지를 비롯 3대에 걸쳐 직계
가족 5명이 자살했다는 것이다.
헤밍웨이 가계에는 강한 자살 유전자가 있는 것 아닐까.
케네디 대통령의 아들은 관제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악천후에 자신의
경비행기를 직접 몰고 가다 추락해 부인과 함께 사망했다.
어느 심리학자는 케네디 가문에는 위험추구인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해 고민하고 답하는 것은 과거에는 성직자 종교학자, 그리고
철학자의 몫이었다.
그러나 요즈음 그것은 생명과학자의 몫이 된 게 아닐까.
최근 매스컴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DNA이다.
DNA는 생물체를 구성하는 기초 요소다.
인간의 성격 행동, 그리고 유전적 질병을 일으키는 모든 원인이 DNA에 달려
있다.
지금 인간 생명체의 비밀을 푸는 인간 게놈프로젝트가 성공리에 진행되고
있다.
놀라운 것은 미국 텍사스대학 게놈과학기술센터의 연구팀은 DNA를 인공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2년내 새로운 유기 생명체가 탄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인간이란 무엇인가.
대답은 간단하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은 DNA를 담고 있는 그릇에 불과하다.
최근 필자는 세계의 도시들 가운데 성공적으로 변신한 도시 몇 군데를
관찰했다.
그 가운데 미국 버지니아주는 영국의 식민지시절 최초의 자치령으로서 주의
별명이 올드 도미니언 (Old Dominion) 이었다.
버지니아주는 담배산업을 주축으로 하는 전통산업이 쇠퇴할 기미가 보이자
산업구조를 반도체와 인터넷 중심으로 바꾸면서 주의 별명을 실리콘밸리를
본떠 실리콘 도미니언으로 바꾸었다.
주지사는 스스로 실리콘 거버너라고 불렀다.
버지니아주의 수도 리치몬드는 독립전쟁의 출발지일 뿐만 아니라 남북전쟁
때에는 남부연합의 수도였다.
다시 말해 버지니아주와 리치몬드는 미국의 전통산업과 전통문화에 가장
충실한 보수적 폐쇄적 지역이었으나 수년 전부터 주정부 시정부 기업인
대학들이 진정한 의미로 정보교환과 상호협력을 통해 보수적인 지역주민을
이해시키고 지역사회를 변신시켰다.
독일의 지멘스, 일본의 도시바를 유치했고 모토로라의 신규공장도 끌어
들였다.
독일과 일본의 기술자, 그리고 그 가족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지역대학들은
독일어와 일본어 강좌를 개강했다.
외국기업과 주민들간 교류의 폭을 넓히기 위해 독일.버지니아 협회와 일본.
버지니아 협회도 만들었다.
모토로라 반도체 공장을 유치할 때 인접한 카운티는 공장이 들어설 땅을
싸게 공급했다.
진입도로는 시정부가 건설했으며 전력 공급시설은 지방의 전력회사가
맡았다.
주정부는 세금 감면과 고용촉진 보조금 등 각종 유인책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장허가와 관련된 규제를 철폐, 다른 주에서는 대개 90일이
걸리는 공해배출 기준심사를 27일만에 해주었다.
모토로라는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을 12개월만에 완료함으로써 이 분야에
최단기 기록을 세웠다.
도시란 무엇인가.
그것은 주민 지방정부 기업 대학 연구소 등과 같은 구성요소가 유기적으로
통합된 일정 지역이다.
다시 말해 도시란 "도시 DNA"를 담고 있는 그릇이다.
냉전 이후 세계는 국가간의 군사대결이 거의 종식되자 중앙정부의 역할이
줄어들고 도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제 도시는 자국의 도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도시와도 경쟁한다.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는 어떤 도시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다수의 산업과 기업을 보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DNA를 먼저 바꿔야 한다.
도시의 배타적 보수적 기질을 바꾸고, 지역 주민이 기업을 호의적으로 보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고,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보다 창업을 더 강조하고
사업으로 돈번 사람을 존경하고, 사업가를 관료나 정치인보다 더 신뢰해야
한다.
어떤 도시가 기업하기 어려웠다면, 그 도시에는 기업하기를 어렵게 한 DNA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의 DNA를 바꿔 질병을 치료하려는 논리와 마찬가지로 도시의 DNA를
바꿔 도시의 미래를 재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 jklee@biho.taegu.ac.kr >
-----------------------------------------------------------------------
<> 필자 약력
=<>서울대 경영학과
<>경북대 경영학박사
<>미국 보스턴대 교환교수
<>저서:경영정책론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3일자 ).
바흐는 서양 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바흐의 가계에는 부친을 비롯 형과 동생을 포함해 무려 20여명에 가까운
음악가가 있었다.
바흐의 가계에는 음악을 잘 하는 유전자가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헤밍웨이의 딸인 패션 모델 마고 헤밍웨이가 최근 자살했다.
헤밍웨이 가계에는 헤밍웨이 자신과 그의 아버지를 비롯 3대에 걸쳐 직계
가족 5명이 자살했다는 것이다.
헤밍웨이 가계에는 강한 자살 유전자가 있는 것 아닐까.
케네디 대통령의 아들은 관제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악천후에 자신의
경비행기를 직접 몰고 가다 추락해 부인과 함께 사망했다.
어느 심리학자는 케네디 가문에는 위험추구인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해 고민하고 답하는 것은 과거에는 성직자 종교학자, 그리고
철학자의 몫이었다.
그러나 요즈음 그것은 생명과학자의 몫이 된 게 아닐까.
최근 매스컴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DNA이다.
DNA는 생물체를 구성하는 기초 요소다.
인간의 성격 행동, 그리고 유전적 질병을 일으키는 모든 원인이 DNA에 달려
있다.
지금 인간 생명체의 비밀을 푸는 인간 게놈프로젝트가 성공리에 진행되고
있다.
놀라운 것은 미국 텍사스대학 게놈과학기술센터의 연구팀은 DNA를 인공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2년내 새로운 유기 생명체가 탄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인간이란 무엇인가.
대답은 간단하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인간은 DNA를 담고 있는 그릇에 불과하다.
최근 필자는 세계의 도시들 가운데 성공적으로 변신한 도시 몇 군데를
관찰했다.
그 가운데 미국 버지니아주는 영국의 식민지시절 최초의 자치령으로서 주의
별명이 올드 도미니언 (Old Dominion) 이었다.
버지니아주는 담배산업을 주축으로 하는 전통산업이 쇠퇴할 기미가 보이자
산업구조를 반도체와 인터넷 중심으로 바꾸면서 주의 별명을 실리콘밸리를
본떠 실리콘 도미니언으로 바꾸었다.
주지사는 스스로 실리콘 거버너라고 불렀다.
버지니아주의 수도 리치몬드는 독립전쟁의 출발지일 뿐만 아니라 남북전쟁
때에는 남부연합의 수도였다.
다시 말해 버지니아주와 리치몬드는 미국의 전통산업과 전통문화에 가장
충실한 보수적 폐쇄적 지역이었으나 수년 전부터 주정부 시정부 기업인
대학들이 진정한 의미로 정보교환과 상호협력을 통해 보수적인 지역주민을
이해시키고 지역사회를 변신시켰다.
독일의 지멘스, 일본의 도시바를 유치했고 모토로라의 신규공장도 끌어
들였다.
독일과 일본의 기술자, 그리고 그 가족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지역대학들은
독일어와 일본어 강좌를 개강했다.
외국기업과 주민들간 교류의 폭을 넓히기 위해 독일.버지니아 협회와 일본.
버지니아 협회도 만들었다.
모토로라 반도체 공장을 유치할 때 인접한 카운티는 공장이 들어설 땅을
싸게 공급했다.
진입도로는 시정부가 건설했으며 전력 공급시설은 지방의 전력회사가
맡았다.
주정부는 세금 감면과 고용촉진 보조금 등 각종 유인책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장허가와 관련된 규제를 철폐, 다른 주에서는 대개 90일이
걸리는 공해배출 기준심사를 27일만에 해주었다.
모토로라는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을 12개월만에 완료함으로써 이 분야에
최단기 기록을 세웠다.
도시란 무엇인가.
그것은 주민 지방정부 기업 대학 연구소 등과 같은 구성요소가 유기적으로
통합된 일정 지역이다.
다시 말해 도시란 "도시 DNA"를 담고 있는 그릇이다.
냉전 이후 세계는 국가간의 군사대결이 거의 종식되자 중앙정부의 역할이
줄어들고 도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제 도시는 자국의 도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도시와도 경쟁한다.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는 어떤 도시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다수의 산업과 기업을 보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DNA를 먼저 바꿔야 한다.
도시의 배타적 보수적 기질을 바꾸고, 지역 주민이 기업을 호의적으로 보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고,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보다 창업을 더 강조하고
사업으로 돈번 사람을 존경하고, 사업가를 관료나 정치인보다 더 신뢰해야
한다.
어떤 도시가 기업하기 어려웠다면, 그 도시에는 기업하기를 어렵게 한 DNA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의 DNA를 바꿔 질병을 치료하려는 논리와 마찬가지로 도시의 DNA를
바꿔 도시의 미래를 재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 jklee@biho.taeg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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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서울대 경영학과
<>경북대 경영학박사
<>미국 보스턴대 교환교수
<>저서:경영정책론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