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문제라 해도 법률지식을 요구하는 전문성의 깊이와 내용이 같은 것이
아니다.
당사자간의 법정 분쟁에는 변호사와 같은 고도의 법률지식과 재판전문가를
요하나 부동산을 매입할 때 필요한 법률서비스는 중개사나 법무사로도
족하다.
그리고 법률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순수 법률보다는 다른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 중요한 경우가 많다.
또 건축법처럼 기술적인 법들은 변호사보다 기술인이 그 법을 잘 아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변호사법은 소송사무를 대리하는 것 외에 우리사회의 법률문제를
변호사의 독점영역으로 하고 여기에 관련되는 전문가들을 처벌하고 있다.
즉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조항으로 변호사가 아닌 사람은 어떤 전문가라 할지라도 법률사무를 취급
하거나 알선 행위를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어기면 범법자가 된다.
최근 법원경매를 통해 공장용지를 매수하려는 사람들을 모으고 매수희망자
와 입찰법정에 동행, 입찰가를 상담해 주는 등 경매컨설팅을 한 부동산
중개업자를 대법원이 처벌했다.
변호사법의 명분은 "돌팔이 법률전문가로부터 일반국민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매절차법에서는 본인의 위임장만 있으면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아무나 대리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따라서 진짜 이유는 변호사가 독점하는 영역을 침해하였다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법률사무"라 하더라도 변호사들은 이제껏 경매에 관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관여할 것 같지 않다.
그 이유는 깊이있는 법률지식을 요하지 아니하므로 수수료가 싸다.
또 경매컨설팅은 "물건을 언제 사는게 좋은가"하는 경제적 지식이 더 중요
하기 때문이다.
변호사법에서 금지하는 것은 대가를 받고 하는 악질브로커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대가를 받으면 나쁜 브로커라고 하는 국민의 상식을 교묘히
악용하는 것이다.
남의 일에 전문지식, 시간, 비용을 써가며 하는 일을 대가없이 자기 일처럼
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넌센스다.
사회적으로 보아서도 전문가가 개입, 부동산시장이 좀 더 합리적으로
움직여진다면 그것이 바로 국가의 경쟁력을 증대하는 것이다.
변호사법 위반죄는 일제 당시 서민 법률 보호차원에서 문제점이 있어
우여곡절 끝에 극히 한정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변호사 위주로만 확대되어온 것이다.
자유시장경제질서는 영업 내지 직업선택의 자유를 본질적 수단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점의 폐해는 대기업의 시장독점에 비할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전문성도 없고 실제 하고 있지도 않은 영역을 막연히 넓게 금지하고
처벌하고 있는 변호사법 관련조항은 위헌이라고 생각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