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울펜손 < 세계은행 총재 >

공익적인 활동을 하는 세계의 각종 개발단체들에 일상사처럼 거의 매일
염두에 둬야 할 일거리가 하나 생겼다.

글로벌화된 세계경제가 모두에게 혜택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주장에 대해
경계의 메시지를 보내는 일이다.

지구촌의 많은 극빈국들은 글로벌경제에 대한 각국 개발단체들의 경계의
눈빛이 보다 강렬지길 원한다.

지난 2월초까지 스위스의 다보스라는 작은 휴양지(리조트)에서 열린 세계
경제포럼(WEF)에서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 엿보였다.

극빈국들은 앞으로 전세계 정치 금융 비즈니스분야의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같은 포럼에서 글로벌경제가 낳는 발전의 이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글로벌경제가 주는 혜택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각국 정부나 국제개발단체 비정부기구(NGO)들의 한결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태로는 기아에 허덕이는 어린 생명들의 숫자가 현격하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글로벌경제의 혜택이 모든 지구촌 가족들에게 골고루 배분될 수 있도록
각국 정부와 민간단체가 아주 역동적인 연합체를 구성해야 할 필요성이
여기서 제기된다.

우리는 연합체의 출현을 과거 어느때보다 강렬하게 원한다.

주요 선진공업국들이 상대적으로 평화와 번영의 시절을 구가하는 동안
지구촌의 빈곤은 더욱 악화돼 왔다.

절대빈곤에 놓여 있는 인구만도 전세계적으로 12억명에 달한다.

오늘날 더욱 심각한 것은 부익부 빈익빈을 통해 부자와 빈자간의 격차가
커지는 한편 중산층이 엷어지면서 부자와 빈자가 제각각 두텁게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브라질의 경우 가난한 20%의 사람들이 벌어들이는 국민소득은 전체의 2.5%에
불과한데 반해 부유한 20%는 전체 국민소득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브라질은 결코 극단적인 일례가 아니다.

이보다 훨씬 사정이 더한 나라도 지구상에 얼마든지 있다.

분명히 글로벌라이제이션의 혜택은 그대로 방치할 경우 매우 "잔인하게"
배분된다.

잔인하다는 것은 부와 혜택이 매우 불공평하게 나눠진다는 뜻이다.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서 지난 10여년 동안 성장과 세계경제로의
통합이 이뤄져 왔다.

이와 동시에 불평등도 커져 왔다.

그러나 단순히 글로벌라이제이션을 비난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나는 세계경제무대로부터 동떨어진 나라를 자주 방문했다.

물은 마시기가 거북할 정도로 오염돼 있고 어린이들은 식량부족으로
굶주리고 있는 그런 나라들이다.

우리는 정열과 기술을 최대한 활용, 글로벌라이제이션이 빈국을 돕는
방향에서 움직이도록 만들 수 있다.

만일 인류가 창의적인 동시에 확고한 의지로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면 인류는 역사상 상상하기 어려웠던 많은 기적적인 일들을 해낼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왜 날마다 수천명의 어린 생명이 별다른 이유없이 죽어가야 하는가.

각국 정부와 민간기구 국제개발단체들간에 파트너십이 돈독하다면 이런
헛된 죽음을 미리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은행은 세계보건기구(WHO) 유니세프, 그리고 게이츠와 록펠러재단 등과
함께 "백신과 질병예방을 위한 글로벌연대"에 참여하고 있다.

연대의 목적은 명확하다.

아무리 가난할지라도 어린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글로벌라이제이션과 그것이 극빈층에 주는 효과를 둘러싼 논쟁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누구도 진실에 대해 독점권을 가질 수는 없다.

보다 폭넓은 계층의 사람들이 치열한 논쟁을 통해서 진실에 접근해야 한다.

세계은행이 지향하는 것은 그저 방송매체 등을 고려하는 수사어적인 차원의
논쟁이 아니다.

내실있고 의미있는 논쟁을 시작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인간이 (서로 힘을 합치면 빈곤을 퇴치할 수 있는) 놀라운
가능성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모든 어린이에게 예방 가능한 질병에 대해 면역을 갖도록 하는 일이든,
아프리카 오지에 있는 학교까지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일이든, 그것을
해결하는 방안을 우리는 찾을 수 있다.

불과 수년전까지만 해도 넘을 수 없는 산처럼 보였지만 현재는 가능성의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시애틀에서 반자유무역 시위를
벌였던 민간단체요원들에서 다보스에 모여 세계경제를 얘기했던 각계 지도자
들까지 모든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 정리=박영태 기자 pyt@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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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최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에 실린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 총재의 기고문을 정리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