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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의 골프일기] '어쩔수 없는 현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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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영분 < 방송 작가 >

    "화장실 들어갈 때 맘 다르고 나올 때 맘 다른 것"

    문제는 거기에서 시작되었다.

    골프장 회원권이 없는 나는 퍼블릭 골프장을 이용한다.

    멤버십 골프장의 "허리 휘청할 그린피"와 "하늘의 별따기 부킹"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퍼블릭 골프장은 저렴하고 자유로운 대신 두 세시간의 기다림을 감수해야
    한다.

    골프장에 도착한후 딸린 연습장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고 와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줄...

    아무리 골프가 좋아서 왔다지만 오랜 기다림은 사람을 지치고 짜증나게
    했다.

    플레이하는 사람의 뒤통수가 얄밉게 보이니 말이다.

    "저사람, 골프장 전세냈나. 왜 저리 꾸물거릴까? 도대체 연습스윙을 몇
    번이나 하는 거야. 대충 홀아웃하면 좋을텐데 그린을 안비켜 주는군.
    기다리는 사람은 생각도 안하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러다가 두어시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내 차례가 오자 생각은 돌변했다.

    티잉그라운드에 오른 순간, 방금전 불평이 "기다리는 자의 서러움"에서
    "가진 자의 오만"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오랜 기다림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될 수 있으면 천천히,제대로,맘껏
    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속도 모르고 캐디는 빨리치기를 재촉하는 눈치였다.

    "뒤 팀이 많이 밀렸습니다. 좀 빨리 진행해주십시오"라고 말하곤 했다.

    "연습스윙도 맘껏 못하고, 뛰어다니고, 스리퍼팅으로 홀아웃하려면 눈치까지
    봐야 하다니... 내돈 내고 내가 치는데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누리고 싶은 마음"과 캐디의 "재촉"은 갈등을 빚으며 풀레이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그런 생각을 가진 것은 나뿐이 아니었나보다.

    클럽하우스로 들어오니 프런트에서 한 골퍼가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 골프장은 왜 이리 많이 기다리게 하고, 또 정신없이 치게 하는
    겁니까? 사람을 적게 받으면 되지 얼마나 돈을 벌려고..."라며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나도 동감하던 터라 그 광경을 주의깊게 봤다.

    직원이 난처해하자, 아직 차례를 기다리는듯한 분이 말리며 말했다.

    "다같이 골프하자고 멀리서 온 사람들인데, 조금씩만 양보합시다. 기다리는
    사람들을 자리없다고 다시 돌려보낼 수는 없잖아요"

    그 얘기를 듣고서야 언성높이던 분도 돌아가셨고, 또 불편하던 내 마음도
    사그라들었다.

    "그래,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조금 빨리 걷는다고 생각했으면 마음
    편하게 플레이 했을걸..."이라는 생각으로 그날의 플레이를 마무리지었다.

    미국은 그 넓디넓은 땅에 퍼블릭대 멤버십의 비율이 8 대 2라는데 우리나라
    는 퍼블릭이 20% 정도밖에 안된다.

    우리나라 골프열기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고 그날과 같은 해프닝은 계속될
    것이다.

    너도 좋고, 나도 좋은 골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라 생각하니 앞으로 골프할 일이 막막하기만 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8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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